[시론] 水火 旣濟(수화 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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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水火 旣濟(수화 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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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82호] 승인 2020.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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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많은 대권 주자들이 불행한 종말을 맞고 있다. 

대권 주자들뿐만 아니다. 저명한 과학자, 전문가, 숙련가들도 그들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실수를 하고 또 윤리적인 문제에 연관되어 중도 하차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보면서, 한 분야에서 끝까지 자기의 역할을 다하고 무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하고 있다. 그러면, 평생을 노력하여 얻은 행복을 어떻게 하면 잘 유지하며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주역의 기제 괘를 통하여 그것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주역의 64괘 중 63번째 괘는 旣濟(기제)며, 마지막 64괘는 未濟(미제)이다. 

기제를 글자로 풀이해보면, 旣자의 (핍)은 밥그릇 또는 밥을 뜻하고, (기)는 고개를 돌려 부정하는 모양이니, 旣(기)의 뜻은 밥을 다 먹고 더 이상 먹지 않는다는 의미로 일을 이미 모두 했다는 뜻이다. 

또 濟(제)는 중국 황하(河)의 지류인 濟水(제수)에서 유래되었는데 강을 건넜으니 일을 이미 이루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旣濟는 목적을 이루어 모든 것을 완성하였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어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니 얼마나 좋은 괘인가? 주역 64괘 중 가장 좋은 괘일 것이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기제 괘를 좋은 괘라고만 하지 않는다. 목표를 완성한 것은 현재이며 미래에는 화수 미제(火水 未濟)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했으면 항상 조심하고 안주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미제는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을 말하며, 기제로 완성의 끝이 있으면 미제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하늘의 운행이라는 것을 주역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기제 괘는 아주 안정적으로 양의 자리에는 양의 효(爻)가, 음의 자리에는 음의 효가 있어 모든 효가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각각 상응하는 효가 양과 음의 조화를 이룬다. 또한 외괘는 물이고 내괘는 불이기 때문에 서로 쓸모 있게 되어 조화를 이루며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완벽한 체계를 가진 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여 사람들은 그 상황에 안주하기 쉽다. 그러나 세상사가 어찌 계속 좋을 수만 있을까? 처음에는 완벽하여 좋지만 그 상태에 안주하면 결국 끝에는 좋지 않게 되는 일이 수 없이 많다. 

사람들의 인심을 얻어 일을 시작하기는 어렵지 않다(創業). 그러나 일이 안정되면 정체가 일어나고 폐단이 생겨 불행한 종말을 맞게 된다. 현명한 사람은 이러한 이치를 알고, 나중에 있을 환란을 생각하여 그것을 미리 방비한다(守成). 

기제 괘의 외괘는 험난한 물이고 내괘는 지혜를 밝혀주는 불이다. 불의 명철함으로 험난한 앞길을 잘 지지 해주면 앞으로 다가올 험난한 환란을 기회를 보면서 방지 할 수 있다(知機防患).
 
완벽한 상태가 되었을 때 그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명철함을 유지하면서 모든 일을 곧고 바르게 지켜나가는 것이 하늘이 준 命대로 삶을 온전하게 이루는(考終命) 방편이며, 그것이 바로 환란을 대비하는 최선일 것이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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