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平安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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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平安하십니까?
  • 개원
  • [ 184호] 승인 2020.09.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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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매우 어려웠던 중국의 원말명초(元末明初) 시인 고계(高啓)는 명나라 태조인 주원장에 의해 허리가 잘리는 형벌(腰斬)을 받고 39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의 시 중에 ‘집에서 온 편지를 받고’ 라는 시가 있다. 
得家書 (득가서)  
未讀書中語(미독서중어)   편지속의 글을 읽지도 않았는데
憂懷已覺寬(우회이각관)   근심스러운 마음이 이미 풀어짐을 느낀다.
燈前看封篋(등전간봉협)   등불 앞에서 편지봉투를 보니
題字有平安(제자유평안)   머리글자가 ‘평안’이다.

정권 교체기의 극도로 불안한 사회를 살았던 시인은 집에서 아내에게 온 편지를 받고 반가움 보다는 무슨 일인가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이 편지를 받는 순간 근심에 사로잡힐까봐 편지 겉에 ‘평안’이라는 제목을 써서 편지의 내용을 읽지 않아도 마음이 놓이도록 배려해 주었던 것이다. 

이제는 전자메일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기쁜 소식뿐만 아니라 불쾌한 소식까지 매일 받고 있어서 컴퓨터에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아도 새로울 것이 없다. 알림과 통보 그리고 업무를 받고 묵묵히 처리하기에 바쁘다. 

그런데 가끔 배달되는 등기와 우편물은 기쁜 소식 보다는 무엇인가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편지 봉투에 발신자를 우선 확인하고 그 내용을 추측하기 바쁘다.

경찰서에서 온 것이라면 과속딱지임에 틀림없다. 집이 강원도라 주말에 서울로부터 왕복 네 시간을 운전 하는 중에 제한속도를 넘는 일이 가끔 생긴다. 이런 우편물은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서 빨리 처리 하는 것이 상책이다. 

발송지가 세무서인 우편물이라면 세금 내라는 청구서다. 반년마다 오는 세금 통지서가 왜 이렇게 빠른 주기로 오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보험료 청구서, 카드 사용내역서, 통신비 모두 돈 내라는 통지서만 우편물로 오는 것 같다. 내용물을 보지 않아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도록 편지 겉에 ‘위로의 글’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이다. 

사회가 불안하면 일상생활이 즐겁기 보다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무력과 간계로 상대를 제압하고 공권력으로 국민을 옥죄는 공포에서 벗어나서 서로 믿고 안정적이며 활기찬 미래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보상을 받고 더욱더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은 사회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개인의 탐욕과 절제되지 않은 욕구의 실현이 사회의 불안 요소로 확장되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다. COVID 19는 사람들이 유발한 사회불안 요소에 가세하여 더욱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학생들은 밖에 거의 나갈 일이 없게 된 일상생활에서 말없이 컴퓨터만 응시하며 강의를 듣고 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의 모든 행적은 감시당하고 있어 COVID 19에 감염되면 언제라도 온 세상에 그 행적이 알려질 수 있다. 

COVID 19 때문에 이러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한 상황을 우려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탐욕과 불신으로부터 생긴 사회적 불안은, 각 개인의 욕망을 절제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지향(志向)하지 않으면 지속될 것이다. 

사회 불안 요소의 하나인 COVID19 같은 전염병도 과학적인 접근법과 함께, 사망률이 높은 고령층인구를 대상으로 자유스러우면서도 강한 방역대책과 함께, COVID 19에 저항성이 있는 대상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는 접근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불안한 사회에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고계의 아내와 같은 깊은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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