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미술생각②] 한국을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 성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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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미술생각②] 한국을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 성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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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86호] 승인 2020.10.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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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시간 버텨낸 창조에 대한 열의”

한국을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 성하림의 40여 년의 화업은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창조에 대한 열의일 것이다.

단순히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뜻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성하림의 그림세계에서 달항리에 핀 꽃<연작>은 그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소재들의 완성으로 모든 창조를 실험하고 기쁨을 따라간 흔적들이 모여 집대성한 결과다.
 

△달 항아리에 핀 장미, 100호 F, 캔버스에 유채, 2016년

 

성하림이 몰입해 온 달항리에 핀 꽃<연작>들을 보면, 화가가 얼마나 사숙하여 감정을 길어냈는지 자기화한 흔적, 그리고 영적, 내면적 세계로의 전환을 엿볼 수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그려온 항아리 작업이 현재의 달 항아리와 연장선상에 있지만, 전혀 다른 화의(畵意)를 지닌다. 

이전과 다른 것은 보이지 않은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린다는 말은, 자신의 내면화된 것을 주관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다.
 

△달 항아리,100호F, 캔버스에 유채, 2018년

 

과거의 화가들은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그렸다. 그래서 예로부터 보이는 것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던 것이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그림의 존재 의의는 장식이나 사진 같은 그림이었다. 때문에 보이는 것을 얼마나 잘 그리느냐로 화가의 역량을 평가하곤 했다. 

그러나 휴대폰에 사진 기능이 담기면서 사진기가 보편화된 지금은 보이는 것을 얼마나 잘 그리느냐는 무의미하다. 

화가들은 내면적 세계로 빠져들기 위해 추상적 사고를 시작했는데, 추상의 관념은 철학적 요소와 사물의 본질적 추구를 뜻하므로 다양한 양식의 혼돈에 이르는 개성적 추상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상적이라는 말에는 영적인 세계로의 진입을 뜻한다. 그동안 인류의 미술이 영적인 면을 드러낸 흔적이라고 가정한다면, 종교화의 영역에서 일부 다뤄지기도 했다. 
 

△달 항아리에 핀 진달래, 100호 F, 캔버스에 유채, 2019년

 

사람은 육체를 가지면서도 영적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있다. 예로부터 인류는 그림을 통해 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모든 왕조나 귀족, 상류사회도 미술을 빼놓고 자신들의 정신적 정체성을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미술은 인류의 마음을 충전시키는 영적 채움의 역할을 했다.

성하림의 달 항아리에 핀 꽃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 달 항아리는 인간과 자연의 정신을 의미하고, 하나 되어 나타난 아름다움이 꽃이다. 

도가의 도법 자연 사상과 유사하게 기물이나 꽃에게 의미를 부여하여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추구한다. 

정신에 담긴 에너지가 발현하여 피어나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가 하는 것이며, 자연에 순응하며 인간이 내면적 성장을 하는 행복을 그린다.

요가를 하는 곳에는 담백하지만 그곳을 상징하는 그림이 있다. 절에 가면 벽화나 선화, 불상이나 불화 모두 그림이다.

천주교에 가면 건축물에 아예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유리에도, 벽에도, 천정에도 있어 많은 사람들은 종교를 떠나 인류사의 큰 에너지를 느끼고자 전 세계 사람들은  이탈리아까지 찾아간다.

아주 작은 그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는 사람들이 그윽하게 바라본 눈빛, 즉 관측 에너지와 화가가 당시 그렸던 기가 합해져서 명작, 명품이 된 것이다.

△달 항아리, 8호 F, 캔버스에 유채, 2017년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만의 느낌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기만의 감정을 마구잡이로 표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제된 추상을 그리려면 정신적 세계가 확장되어야 하고, 기존에 그리던 화품이나 화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어야 한다. 

대상을 원본의 겉 형태가 아니라 에너지로 이루어진 경계를 그리게 하는 것이 바로 추상적, 한국적 표현으로는 비구상적 표현이다. 즉, 사물의 근본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표현주의의 회화, 내면으로의 작업이다.

달 항아리는 전 세계를 통틀어 오직 조선시대 우리 한민족만의 미학을 뽐낸다. 달이 차고 이지러지며 다시 차오르는 모습에서 도공은 아무 문양도 첨가되지 않은 둥그런 모습을 표현했다.

화가는 그 느낌과 감정을 사숙해서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자신만의 표현 언어를 창조한다. 
이 표현 언어는 이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오직 성하림만이 그릴 수 있는 언어, 자기만의 세계였다. 

그러므로 성하림이 바라본 달 항아리는 꽃이 만발하고 행복이 그득 담겨 있는 것이다.
 

△달 항아리, 캔버스에 유채, 8호, 2016년
△달 항아리, 캔버스에 유채, 8호, 2016년

 

성하림은 자신의 그림을 보고 정신적, 영적인 기쁨이 충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림이 가진 목적은 단순히 장식하거나 미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표현해 내는 화가의 마음속에 기분 좋은 에너지가 흘러 나와야 한다.

그런 기쁨의 환희가 정제되어 그려지는 그림이 있으니 바로 성하림의 표현이 그렇다.
 

 


글. 안스(Ans) 아트딜러(art7777.modoo.at / Tel. 0505-71357-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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