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려견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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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려견의 진화
  • 개원
  • [ 188호] 승인 2020.1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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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은 주인이 깨끗하고 예쁘게 치장해주며,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서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보살핀다. 또 주인과 잘 소통하고 얌전하게 있으면 주인이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주고 더 많은 애정을 쏟는다.

인간과 공존하며 생존하는 개의 전략과는 대조적으로, 개의 선조인 늑대는 야생에서 먹잇감을 찾으러 다니며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야생의 늑대로부터 사람과 같이 살게 된 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늑대로부터 진화한 개 중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특정 개만이 진화해온 것인지, 아니면 개가 사람으로부터 얻는 이익에 따라 개가 진화해 가는 것인지 궁금하다.

개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늑대로부터 반려동물로 되었는지 많은 연구논문이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현재의 개 유전체는 복잡한 집단의 혼재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까지 연구해온 6개의 고대에 살았던 개와 늑대 유전체만 가지고 그러한 복잡한 유전체 구조를 밝히기는 어려웠다.

Anders Bergstrm 등은 고대에 살았던 개의 게놈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통하여 사람들이 이동한 지역으로 반려견들도 같이 이동하였던 것을 확인하였다(Science, 30 Oct 2020). 

개는 인류의 역사를 밝히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때때로 인간의 DNA로 볼 수 없는 선사시대의 일부를 개 게놈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고대 개의 DNA 풀을 확장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27 개의 고대에 살았던 개 게놈을 시퀀싱 했다. 

샘플은 유럽, 중동 및 시베리아에서 가져왔으며, 개 시료는 11,000에서 100년된 것이었다. 연구진은 고대의 개와 현대의 개 그룹 간의 관계를 모델링하여 러시아의 10,900년 전 개가 고대 유럽, 중동, 시베리아 또는 미국의 개와 구별되며, 현재 뉴기니에서 살고 있는 ‘노래하는 개’하고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11,000년 전에는 전 세계에 최소 다섯 개의 서로 다른 개 그룹이 있었기 때문에 개의 기원은 그보다 훨씬 더 일찍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개의 게놈을 통하여 연구자들은 개가 이동하고 유전적으로 섞이는 고대의 개 개체군을 추적하였고 이러한 변화를 인간의 이동에 따른 개체군과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결과 개는 사람과 같이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중동 농부들이 1만 년 전 유럽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을 때 주인뿐만 아니라 개도 지역 거주 반려견과 유전적으로 섞였다고 한다.

약 7,000 년 전에 살았던 고대 중동 개는 현재 사하라 사막의 남쪽 아프리카에 사는 개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그 당시 사람들이 아프리카로 복귀하는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인간과 개의 역사가 항상 겹치는 것은 아니었다. 5,000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초원에서 사람들이 유럽으로 많이 유입되면서 유럽 사람들의 유전적 구성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개는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사람과 반려견의 유전적 변화의 단절 원인에 대하여 반려견에서 질병의 발생이나 사람들에 의한 반려견의 선호도의 변화 등이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도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사람은 반려견이 생존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자원이기 때문에 개가 자신의 이익에 맞을 때 그러한 사람을 따르며, 도움이 안 되면 다른 그룹으로 자유롭게 이동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개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무력하게 의존하는 개체가 아니라 ‘봉감독의 기생충’처럼 오히려 사람으로부터 이득을 보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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