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물보건사 시행 1년도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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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물보건사 시행 1년도 안 남았다
  • 개원
  • [ 188호] 승인 2020.1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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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월 동물보건사 제도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업무범위 등 세부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데다 침습행위 불허 합의 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이하 대수회)는 지난 4일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동물보건사의 구체적인 업무범위와 자격과정 커리큘럼 등 세부기준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하위법령을 통해 진료보조 업무의 구체적인 범위를 조속히 제정하라”고 말해 동물보건사 제도가 아직도 제자리걸음임을 알렸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주사와 채혈 등 침습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합의된 상황이지만 대수회는 “농식품부 내에서 수의계 합의를 적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침습행위 불가에 대한 합의를 파기할 경우 제도 무력화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여전히 침습행위 불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현재 동물보건사의 구체적인 업무범위와 자격 취득을 위한 시험과목, 그에 따른 교육 커리큘럼 및 평가인증 기준과 절차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학과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고, 일부 지방대학 축산과는 동물보건사 관련 학과로 전향할 만큼 외부의 관심은 생각보다 뜨겁다.  

관련 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동물보건사대학교육협의회가 구성돼 동물보건사 교육과정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한 세부기준 제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나 대수회로부터 어떤 지침도 받지 못해 학생들 교육까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동물보건사 인력 수요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것도 문제다. 허주형 회장도 동물보건사가 매년 1천명 이상 배출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제 동물병원 수요 인력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동물보건사 인력 수요와 공급에 대한 고민 하나 없이 제도 시행만을 목표로 정부가 밀어붙인 제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동물보건사 채용이 법적으로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과연 동물병원들이 동물보건사를 채용하고자 할지, 기존 직원이 동물보건사 자격을 취득할 경우 관련 학과 졸업생들은 갈 곳마저 없어져 애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된 동물보건사 제도가 자리 경쟁만 치열해지게 됐다.     

동물보건사 시행이 불과 9개월 남았지만 현재 제도 도입을 밀어붙였던 정부는 개정 당시의 관심이나 절실함은 없어 보인다. 

농식품부 내 수의사법 담당 인력도 2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데다 방역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으니 이쯤이면 동물보건사를 추진할 의사도 인력도 없는 것같다. 애초에 동물의료 정책을 주도할 동물의료정책과도 없는 상황에서 동물보건사 제도 도입은 무리였던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포부 있게 시작한 동물보건사 제도는 시행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졸속 운영될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 타격이 당장은 동물보건사를 준비하고 있는 학과 학생들이나 지원자들에게 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진료보조 업무를 전문적으로 배운 능력 있는 동물보건사들이 배출되지 못하고, 수의사들이 전문 진료보조 인력을 만나기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 결국 동물병원에도 손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침습행위를 불허하는 합의된 내용 그대로 동물보건사 제도의 하위법령을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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