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달기와 포락지형(炮烙之刑)
상태바
[시론] 달기와 포락지형(炮烙之刑)
  • 개원
  • [ 194호] 승인 2021.02.18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원전 1100년경 중국의 상(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紂)의 폭정은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은본기(史記·殷本紀)’에 기록되어 있다.

紂는 재능이 뛰어나고 힘도 장사였지만 술과 음악을 좋아했고 여색을 밝혔다고 한다. 연못을 술로 채우고(酒池) 고기를 나무에 매달아(肉林) 놓고 알몸의 남녀가 희롱하는 것을 보면서 며칠 밤이고 술을 마시고 놀았다. 

紂는 상나라의 서백(西伯)이었던 주(周) 문왕 희창의 큰 아들 백읍고를 죽인 후 국을 만들어 희창에게 먹게 하였다. 결국 주(周) 문왕의 둘째 아들인 무왕이 넷째아들인 주공 그리고 강태공의 도움을 받아 상을 멸망시키고 주(周)나라를 세웠다.

紂는 포악한 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하를 죽여서 포를 떠서 소금에 절였다. 紂의 숙부인 비간이 紂에게 올바른 정치를 할 것을 간하자 紂는 화가 나서 “성인의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 있다더라”면서 비간의 심장을 꺼내었다. 

옛날에 읽어서 제목만 기억하고 있던 봉신방이 <中드>에서 <봉신연의(封神演義)>로 방영되고 있다. 상나라에서 주나라로 이행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천하의 악녀 달기가 나온다.

달기는 기주(冀州)의 제후였던 소호(蘇護)의 딸로 천성이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기주를 점령하여 부모와 백성을 모두 죽이고 남은 사람을 노예로 만든 紂를 죽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紂의 총비(寵妃)가 된다. 紂는 달기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준다. 

한편 달기는 紂로부터 도망가기 보다는 紂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고자 다짐한다. 연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紂의 숙부 비간이 왕을 위해 특별요리를 가지고 와서 요리법을 설명하였다. “살아있는 거위를 뜨거운 송진을 바른 긴 광목천으로 단단히 묶고, 30분 지나서 술 2되를 거위의 입으로 강제 주입한다. 그러면 거위의 피가 모두 발로 내려가면서 순식간에 거위의 발이 익는데 그때 거위의 발은 평소 보다 거의 두 배 크기가 된다. 그때 거위의 발을 잘라 요리한다” 

연회에 모인 사람들은 상을 찌푸리면서도 젓가락으로 거위 발 요리를 먹어보기 시작한다. 그때 달기가 한마디 한다. “아무리 영(靈)이 없는 짐승이라지만 그냥 먹으면 될 것을 이렇게 괴롭히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닌가?”

왕숙은 동물과 인간은 다르다고 대답한다. “만물은 본디 존귀한 것과 비천한 것으로 구분된다. 늑대가 양을 먹고 양이 풀을 먹으며 사람이 백곡과 짐승을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짐승은 영이 없는 그저 생물일 뿐이지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별미를 탐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거늘 어찌 잔인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달기는 동물과 인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또 다른 질문을 한다. “이것이 잔인하지 않다고? 인지상정이라고? 그러면 사람을 저 숯불 위에 올려놓으면 어떨까?” 사람들은 저마다 중얼거린다. 세상에 그런 잔인한 일을 입에 올리다니. 그렇다. 동물에게 잔인한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한다면 그러한 잔인한 행위를 사람에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달기처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달기의 생각은 거위를 잔인하게 죽여서 요리하기를 중지 할 것을 원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잔인한 짓을 사람에게도 하도록 紂를 부추기고 있다. 紂가 달기에게 물었다. “사람을 숯불위에 올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잔혹한 형벌이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달기가 말한다. “숯불에 올릴 사람은 죽어도 마땅한 죄인들이다. 죄인을 불판위에 올려도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형벌이 있다면 나쁜 생각을 품은 자들도 무서워서 벌벌 떨 것이니 감히 누가 왕법을 어길 것인가? 모두 왕에게 충성하는 백성이 될 것이다. 아무도 죄를 짓게 되지 않으니 나중에는 그런 형벌을 쓸 일도 없을 것이다.” 

紂는 왕숙에게 그러한 형벌을 시행할 것을 명령하지만 왕숙은 너무 잔인한 형벌이라 못한다고 거절한다. 왕숙은 동물에게 한 잔인한 행위를 사람에게 똑 같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달기가 질문한다. “왕법을 무시하는 자들은 짐승만도 못하지 않은가? 짐승을 잔인하게 죽여 먹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하더니 왜 갑자기 이렇게 자비로워 졌는가? 왕법을 무시하고 작당하여 사리를 취하는 자는 모두 벌을 받아야 한다. 겉으로는 충성하는 척하며 사사건건 왕명에 토를 달고 대왕을 기만하는 자들이 그 죄가 더 크다. 더하여 대왕을 미혹하고 남을 해치려는 자도 죽어야 된다”  

달기는 자기 부모와 기주 백성을 죽인 紂를 더욱 폭군으로 만들고 상나라를 멸망의 길로 유도 한다. 紂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포락지형(炮烙之刑)을 시행하였다. 숯불 위에 기름을 바른 구리 기둥을 가로로 걸쳐 달구어 놓고, 죄인을 그 위로 걷게 하였다. 모두 떨어져 숯불에 타 죽었다고 한다. 오리발바닥 요리 카오야장(烤鸭掌)이 포락지형(炮烙之刑)과 유사하다.

박재학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JPI헬스케어 ‘제1회 마이벳 개원세미나’ 성공적으로 마무리
  • [창간 10주년 특별기획Ⅱ] 수의계 10년간 얼마나 달라졌나
  • 동물정책포럼 '펫푸드 제도개선 및 선진화 모색' 5월 10일(금) 오후 3시 호암교수회관
  • 특수동물의학회, 5월 12일(일) 창립총회 열고 공식 출범
  • V-ACADEMY, 홈페이지 오픈 이벤트 4월 29일(월)부터 일주일간
  • 부산 센텀동물메디컬센터 연산점 ‘뉴로동물의료센터’로 리뉴얼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