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⑤] 놉(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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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⑤] 놉(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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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31호] 승인 2022.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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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은유, 그러나 이야기가 조금은 더 구체적인 조던 필의 영화

원래 코메디언이자 각본가인 조던 필은 ‘겟 아웃’이라는 영화로 처음 영화 연출을 하였고 이후 ‘어스’라는 작품으로 본인의 색깔을 확실히 한 감독이 되었다. 

장르가 봉준호라는 말이 있듯이 조던 필 역시 장르가 조던 필이 되었기에 ‘놉’ 역시 그의 색깔이 분명한 영화이다. 다만 매우 제한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탁 트인 황야를 배경으로 하였고, 아이맥스로 많은 부분을 촬영하고 최적의 비율로 스크린에 담아내었다. 가능하면 아이맥스로 보시길 추천한다.

이야기는 캘리포니아 황야에서 말 목장(서부극 촬영 같은데 말을 빌려주는 일로 돈을 버는 것으로 보인다)을 운영하는 주인공 OJ(다니엘 칼루야)의 아버지가 하늘에서 이상한 현상으로 인해 떨어진 동전에 눈을 훼손당하며 말 위에서 떨어져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목장 인근에는 어린 시절 할리우드에서 아역 스타로 한 때 활약했고, 지금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캐릭터를 내세운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이 살고 있다. 주프는 과거 아시아인 아역배우로 활동하면서 침팬지 난동에 의한 비극을 경험한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인데 영화에서 OJ 남매와는 유색인종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극 중에서 서로 이러한 공통점을 드러내어 공명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조던 필의 영리한 선택이다. 우리에겐 반가운 얼굴인 스티븐 연이 연기한 주프는 OJ와는 상반된 상징으로도 활용되는데, OJ는 변화대신 경험과 관습을 고수하는 인물인 반면 주프는 자신의 과거 불행한 기억과 더불어 위험을 무릅쓰고 괴 비행체 마저 적극 이용하여 돈을 버는데 사용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도덕적 판단 없이 볼거리라면 뭐든 쫓는 미디어에 대한 풍자 및 영상산업기술의 변화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메시지이다. 

필자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하나의 피사체가 이 두 이야기의 은유를 모두 상징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UFO를 연상하게 하는 하늘 위의 거대 생명체는 미디어산업을 의미함과 동시에 흑인들에게는 감시자인 미국의 공권력을 의미한다. 

눈을 마주보지 않으면 살 수 있다는 OJ의 깨달음은 미디어를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곧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경고임과 동시에 공권력의 눈을 피해야 살 수 있는 흑인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미디어 또는 공권력의 무차별 감시가 이제는 CCTV와 카메라를 통해 우리도 그들의 행위를 기록하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암시 또한 전달한다. 

필자에겐 하늘 위에서 풍선과 함께 폭발하는 괴생명체를 통해서는 미디어산업이 거품 낀 허상임을 풍자하고 있는 것으로, 처음에 소원했던 남매가 서로의 눈을 마주보자는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통해서는 하늘(허상 또는 미디어)을 바라보지 말고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소통하자는 이야기를 감독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스케일은 커졌고 영화의 디테일과 이야기 또한 장르가 조던 필이라는 공식에 충실했지만 아직 필자에겐 ‘겟 아웃’이 여전히 그의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된다.

 

 

노상호(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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