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 왜 하죠?” 원장과 인턴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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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무 왜 하죠?” 원장과 인턴 갈등 고조 
  • 이준상 기자
  • [ 231호] 승인 2022.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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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급여 환경 좋아졌는데 불성실”
인턴 “희생 강요 No! 눈치보는 문화 사라져야” 

“인턴 수의사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매주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개인의 삶이 있다면서 참여할 수 없다네요. 인턴들 급여와 처우는 점점 좋아지는데 반해 배우려는 열정과 의욕은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울시 A 동물병원 원장은 인턴 수의사들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은 인턴 기간을 그냥 시간 때우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턴들이 다 같이 고생하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인턴에게 싫은 소리라도 한번 하면 바로 퇴사해 버린다.  연봉도 많이 올려서 주고 근무 환경도 더 좋아졌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C 동물병원 원장은 “최근에 뽑은 인턴이 너무 열의를 보이지 않아서 친한 원장님이랑 이 문제를 놓고 얘기해 봤는데 그 원장님도 똑같은 입장이더라. 개인의 태도 문제도 분명히 있겠지만, 노동법이 강화되고 급여 처우가 좋아진 것도 작용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인턴 수의사 연봉은?
그렇다면 인턴 수의사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본지가 전국 수의과대학 홈페이지와 개원잡 등 구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채용공고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3,400~3,6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2016~2017년경 게재된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대다수 동물병원은 인턴 수의사 연봉으로 2,400만원을 지급했는데, 불과 5~6년 새 연봉이 1천만원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임금 상승률과 비교해 봐도 연봉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을 알 수 있다.

복지제도를 살펴봐도 5~6년 전 대비 명절 상여금, 생일축하금, 학회비 등의 복리후생비와 Case study, 외부 강사 초빙 세미나 등 다양한 인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물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근무 조건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인턴 수의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K 동물병원에서 근무 중인 인턴 수의사는 “지금 받는 연봉이 절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400만 원은 비정상적인 연봉이었고, 이제 어느 정도 괜찮은 수준이 된 것”이라며 “또 시대가 바뀌었다. 원장님들 본인이 인턴 시절 겪었던 눈치 보고 칼퇴근 못하는 이런 문화들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시약 관리부터 동물 수액을 맞추고, 혈액검사, 입원 환자 관리까지 원장님이 시킨 업무를 잘 이행하고 있다. 근로 시간 내에서 열심히 하면 되지 희생이라는 명목으로 초과근무 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식 인턴제 도입 필요
현재 수의계는 의료계처럼 법적으로 규정된 인턴 과정이 없다. 단지 1년차 수의사를 인턴 수의사라는 용어로 바꿔 부르는 상황이다. 당연히 수의사법에는 인턴 수의사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와 달리 의료법에는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어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인턴(전공의)과 인턴을 고용한 병원장은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

의사, 치과의사 인턴의 경우 수련 교과과정에 따라 근무 중 병원 교육행사에 참여해야 하고, 학회 필수 참석과 1편 이상 논문을 작성해야 수련이 인정된다. 

근무 평가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근무 수행능력과 성실성, 태도 등이 불량할 경우 해임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수련 규칙을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 수련 규칙에는 수련 시간, 당직 수당, 휴가, 복무 준수사항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하고, 인턴이 열람할 수 있도록 병원 내 비치해야 한다. 이를 어겼을 시 과태료 및 시정명령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규정 덕에 타 보건의료 직종 인턴은 수련 기간을 게을리 보낼 수 없고, 병원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따라서 수의계도 정식 인턴제를 도입해 수련 규정을 어긴 인턴에게는 패널티를 부과하고, 수련 규칙을 미준수한 동물병원에는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법적인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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