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료 분쟁 급증…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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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료 분쟁 급증…대책 없나”
  • 박진아 기자
  • [ 268호] 승인 2024.03.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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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대상 민원·의료소송·시위 늘어…조정 및 과실 여부 판단 전문기관 필요해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보호자 간 의료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민원 제기는 매년 300건 이상이며 동물의료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늘었다.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 경제적·시간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수의사는 대처법을 몰라 헤매고, 보호자 역시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진료비·의료행위 관련 민원 급증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매년 340여 건에 달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진료비나 의료행위와 관련돼 있다.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접수된 상담 총 988건 중 408건(41.3%)이 진료비 관련이었다. △과잉진료 의심 △고가의 진료비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룬다. 463건(46.9%)은 의료행위 관련이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수술미흡으로 인한 부작용·악화 △진료 중 사망 △오진 및 검사 오류 △설명 미흡 순이었다. 

수의사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민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거나 업무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비방이나 악의적인 리뷰에 대응도 어렵다. 근거 없이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글을 올리는 소비자도 있고, 동물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사고의 대부분 책임이 수의사에게 전가되는 분위기도 부담이다. 사망이 불가항력적인 경우까지 수의사를 무조건적인 가해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법률전문가들은 가급적 초기 단계부터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명예훼손·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도 가능하다. 서울시수의사회는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단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위, SNS 비방 등이 진행되면 손해사정사가 동물병원에 빠르게 나와서 손해액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병원이 실질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동물병원에서의 CS(소비자 응대) 교육도 중요하다. 수의사들은 동물을 진료하지만 소통은 보호자들과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술 동의서, 설명 고지 확인서 등을 남겨야 법적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려인들도 답답하다. 극단적으로 소중한 반려동물을 의료사고로 잃은 경우라도 구제받기가 어렵다. 직접적인 피해자인 반려동물은 진술이 불가능하고, 증거 수집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원인과 과실 여부를 밝혀야 하는데 구체적 내용이 담긴 진료기록부를 확인할 길이 현재로서는 없다. 수의사법에 따르면, 수의사는 환자가 진료기록부의 열람 또는 사본 발급을 요청해도 발급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수의계에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고, 진료기록부 공개 범위를 소송용이나 보험회사 제출용으로 제한해서 열람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진료기록부로 과실 밝히나 
아직 동물의 법적 지위가 낮다는 점도 소송을 가로막는다.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유일한 법적 해결 방식이다. 하지만 배상액도 보통 치료비(사망 시에는 반려동물 가격 및 장례비)에 위자료를 더한 선이라 실익은 거의 없다.

현재까지 판결에 의하면 대부분 50~300만 원 사이로 결정됐다. 물건이 훼손된 것으로 여겨 위자료가 적기 때문이다. 변호사 선임 비용이 더 높아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반려동물 전문 로펌도 등장했다. 2023년 하반기에만 55건의 상담이 진행되었는데, 그 중 약 21%가 의료사고 관련 문의였다.

동물병원 의료분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분쟁 발생 시 해결해 줄 전문 기관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분쟁을 중재하거나 과실 여부를 판단해 줄 기관이 없어 분쟁이 장기화된다. 

의료계는 ‘한국의료분정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과 ‘의료심사감정원’(이하 감정원)을 두고 빠른 해결을 돕는다. 중재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2,555건의 조정신청을 받아 그 중 7,780건의 조정을 개시했다. 수천 건의 의료분쟁 사건을 정식 재판 전에 조정하는 것이다. 감정원은 소송 이후 해당 의료행위가 정당했는지 전문적으로 의료감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수의계에서는 현재 감정을 받아주는 공식 기관이 없다. 따라서 의견을 회신해 줄 감정의를 찾기 위한 불필요한 절차가 반복된다. 감정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한 번 만들어진 판결은 판례로 남기 때문에 교수나 학회 등의 의견 제출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수의사회는 수의료감정원(가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의감정위원회를 구성해 의료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감정평가서를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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