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⑭] 가여운 것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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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⑭] 가여운 것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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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70호] 승인 2024.04.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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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을 향한 벨라의 독립선언

엠마 스톤, 윌렘 대포, 마크 러팔로, 사실 이 이름만 들어도 얼른 영화를 예매하고 극장으로 달려가게 되지 않을까? 영화 ‘가여운 것들(원제 Poor things)’은 아카데미상에 다수 후보로 올랐고 여우주연상(엠마 스톤)을 비롯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등 4개 부분에서 수상하였으며 제80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르는 SF가 가미된 블랙코메디라고도 할 수 있고 페미니즘을 가미한 성장영화로도 볼 수 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천재적이지만 싸이코같기도 한 의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자 한 임신부 태아의 뇌를 적출하여 바로 그 임신부의 뇌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이식하여 새로운 생을 살게 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는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해 호색한인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과 함께 리스본과 알렉산드리아, 파리 등을 여행하며 의식이 깨이고 성장하고 거듭난다는 이야기이다. 

가부장적인 남성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규정 당하고 아무 생각없이 이를 수용하던 벨라 벡스터가 눈을 뜨고 성장하는 순간, 이를 마주하는 남자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고 참지 못하는 자들과 수용하고 인정하는 두 부류로 나뉜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철저하게 벨라에 의해 결정된다. 영화제목인 가여운 것들은 벨라를 이용하려고만 했던 남성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벨라를 인공지능으로, 주변의 남성들을 개발자 내지는 컴퓨터를 다루는 우리 인간들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여성 버전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로테스크한 설정만 빌려왔을 뿐 이야기의 결은 많이 다른데 한 소녀의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빌미로 여성을 제어하려는 욕망을 가진 남성 중심의 억압된 사회에 대한 촌철살인의 비판 서사이기도 하다. 원작 소설과는 좀 차이가 있지만 영화에서 벨라를 눈 뜨게 한 사람들은 늙고 쓸모 없어진 것으로 규정된 한 여인과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흑인 청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철저히 응징 당하는 사람은 아버지일 수도 남편일 수도 있는 사람이다. 이 또한 영화가 말하려고 했던 것이리라.

엠마 스톤이 훌륭한 배우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정말 자신을 갈아 넣은 듯한 연기를 보인다. 배우를 보면서 존경심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에 그는 그러한 대접을 받을 만하다. 벨라는 사춘기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채 태어날 때부터 이미 2차 성징이 완성된 몸을 가지고 있기에 욕망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처음에는 덩컨 웨더번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며 욕망의 발산 또한 그를 통해 하게 되지만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자신과 다른 비참한 세상의 사람들을 목도하게 되면서 점차 모든 면에서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성적 묘사가 매우 노골적인데 영화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관음적 성적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감독의 연출 및 호흡을 맞춘 상대배우의 연기 또한 매우 훌륭했다. 

여전히 페미니즘이라면 그 말만으로 불편함을 먼저 느끼는 대한민국에서 인공지능이나 성장영화라는 수식어 보다 페미니즘이 압도적으로 연상되는 이 영화가 얼마나 주목을 받았을 지 확인은 어렵지만 다수의 아카데미상 수상작이라는, 그리고 엠마 스톤이 주연이자 여우주연상 수상자라는 것 만으로도 꼭 한번 볼 가치가 있다. 원작소설은 의외의 반전이 있는데 소설 또한 비교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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