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칼럼 ⑩] 공공동물병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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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⑩] 공공동물병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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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75호] 승인 2024.07.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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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총선 당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국회의원 후보 및 예비후보들이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걸쳐 내놓은 공약들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었다. 그중에는 수의사들과 미래 수의사들, 수많은 반려인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공동물병원(이하 공공동물병원) 설립’ 내지는 관련 제도 도입에 관한 것들도 있었다.

비록 관련 공약을 내세운 후보자는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당과 지역을 막론하고 공공동물병원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언제 이렇게 공공동물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동물병원 설립은 이미 단순한 발상 수준을 뛰어넘어 실현의 단계에 이르렀고, 그 빈도와 분포 역시 날로 많아지고 또 넓어지고 있다.

국내에 공공동물병원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기에 앞서 수의료 관련 지자체의 반려동물 복지 정책을 알아봄으로써 공공동물병원이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내의 기초지자체에서는 동물의 생명 보호, 복지 증진, 동물에 대한 주민들의 생명 존중 문화 및 반려문화 함양,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 등의 명목을 내세워 지역주민 전부 혹은 일부의 반려동물에게 직간접적으로 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의료 서비스의 제공 형태만 놓고 보자면 지자체에서 직접 동물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유형과 지자체에서 지역 내 동물병원을 지정해 해당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지역주민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유형으로 나뉜다. 후지의 경우 흔히 ‘공공형 동물병원’으로 불리며, 전자의 경우가 바로 ‘공공동물병원’이다.

공공동물병원의 역사는 202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의 공공동물병원은 담양에서 문을 열었다. 뒤이어 2023년 8월 순천, 같은 해 9월 성남에도 공공동물병원이 생겼으며, 김포, 화성, 파주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공공동물병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거나 설립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와 정치인들이 앞다퉈 공공동물병원 설립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지 않다면 동물의료비 부담에 관한 반려인구의 호소에 대한 위정자들의 정치적 답변일 수도 있다. 앞으로 공공동물병원의 수가 점점 많아질 것을 예상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김포시의 경우 공공동물병원이 수행하는 혹은 공공동물병원에 기대하는 역할 또한 갈수록 커질 것이다.

공공동물병원에 대한 수의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대한수의사회는 우려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공동물병원이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면 분명 공공동물병원의 등장에 대해 우려해야 할 부분이 있을지 모르나, 앞서 살펴봤던 이유 중 전자의 경우라면 도리어 수의계는 공공동물병원의 등장을 환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동물의료계의 성패는 전적으로 그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설령 공공동물병원이 수의계에 여러 우려를 안겨도 수의계는 공공동물병원의 분포와 역할이 넓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공공동물병원의 창발이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라면 그 흐름을 거부하고 막는 것보다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고 옳은 대처다. 또한 수의사는 동물의 진료 및 보건과 축산물의 위생 검사에 종사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하며, 동물의 진료에 한해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이므로 동물 진료와 관련된 제도 마련을 위해 선두이자 중심이 돼야 한다.

‘수의사가 해야 한다’는 것과 ‘수의사가 하고 싶다’는 것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사회에서 공무원이 할 법한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진지하게 매달리고 달려들 수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심도 있는 고민은 전문가에게 맡기되 수의사들의 고민이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이름을 정해보자는 것이다. 지금껏 공공동물병원을 이미 지었거나, 짓고 있거나, 지을 계획을 가진 지자체는 6개 시군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지으려고 하는 기관의 이름이 다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담양군, 순천시, 화성시는 ‘공공진료소’라는 명칭을 택했고, 김포시 역시 이와 유사하게 ‘공공진료센터’라고 명칭을 정했다. 성남시가 유일하게 ‘시립 동물병원’으로 동물병원을 명칭에 포함시켰으며, 파주시는 사람의 공공의료기관과 유사하게 ‘반려동물 보건소’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지자체별로 진료 대상이나 진료 범위 등이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과연 그 차이가 지자체별 기관의 이름마저 다르게 할 정도로 분명하고 유의미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오히려 지자체가 직접 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라는 본질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들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각 기관의 이름을 통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공공동물병원의 명칭이 지자체마다 상이한 것은 관련 법령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사람 의료기관의 경우 법으로써 일정한 명칭만을 사용하도록 정해져 있다. 의료인이 의료업 및 조산업을 하는 기관은 특별히 정해진 경우가 아니고서는 의원, 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 등으로만 불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의료 영역에서는 이와 같은 법이 없어 동물병원이 동물의료센터, 동물메디컬센터, 동물진료소, 동물진료센터 등으로 불릴 수 있다.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그 이름의 주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고유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의 명칭을 한정할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이 아닌 기관이 의료기관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 또한 제한하고 있다. 이름과 업무 사이의 필요충분관계를 만듦으로써 의료업이란 의료인의 고유 영역임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수의계에도 이와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 물음은 법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대개 법의 첫 번째 조항은 그 법의 목적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이 법 제정 필요성의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에 공공동물병원이 정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수의계에 소란이 생기면 언제나 사람 의료계를 바라보곤 한다. 사람 의료계에서는 공공동물병원과 유사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보건소가 있다. 보건소가 있어 병원이 망한다고 항의하는 이는 없다. 보건소와 주변 병원 사이 어느 정도 업무가 겹칠 수 있으나, 보건소에 대해 뭐라 하지 않는 것은 단순 진료 이외에 지역보건의료정책을 통한 지역사회 건강 증진이라는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고, 그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건소가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법으로써 정하고 있고, 법이 정해진 것은 관련 직능단체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온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수의학이 공공재라고 정언한다.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반려동물이 사람의 삶에서 의미하는 바가 커지면서 반려동물의료의 공공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쉽게 동의할 수 있으나, 수의학의 일부인 반려동물의료마저 완전히 공공재라고 단언하기에는 여러 고민이 따른다. 공공동물병원의 창발을 계기로 수의계가 동물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길 바란다.
※vetfi.org에서 전체 원문 읽기 가능, 수의미래연구소 [벳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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