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의임상시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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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의임상시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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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66호] 승인 2015.10.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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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의약품 개발은 규정에 따라 안전성과 효능을 동물과 사람에게서 평가한 다음에 신약으로서 탄생하게 된다. 우선,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되었을 때 설치류와 비설치류를 이용하여 안전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시험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예상 투여량에서 독성이 없다면, 엄격한 윤리적인 규제 하에서 소수의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하고(임상 I상), 그 다음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질환과 최적의 투여량을 설정한다(임상 II상). 그리고 임상 III상에서는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전임상 시험과정에서는 설치류와 비설치류 각각 1종을 이용하여 안전성을 평가한다. 이러한 동물들의 유전적 요인과 사육환경은 어떨까? 그들은 사람의 환경과 너무 다르다. 전임상 시험에 주로 사용되는 랫트는 근교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배를 통하여 유지 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전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폐쇄군이라는 집단이다. 이들은 실험목적상 똑같은 사료와 물을 마시고 일정한 온도, 습도, 조도, 환기, 습도에서 사육되며 질병상태도 거의 유사하게 조절되어 있다.

실험용 동물을 이용한 독성실험 결과를 건강한 사람에게 적용하여 부작용이 없는지 평가하는 임상I상을 통과하는 비율은, 최근 9년간 조사한 바, 고작 10% 내외라고 한다(M. Hay. Nat. Biotechnol. 32, 40?51). 동물실험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과 전문인들의 노력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그리고 수많은 동물들이 얼마나 헛되게 희생되었는지 보여주는 결과이다.

동물을 이용하는 약효시험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질병과 유사한 각종 질환모델 마우스를 유전자조작이나 화학물질 등을 처치하여 만든 다음에 신약후보물질을 그러한 동물에 처치하여 약효시험을 하지만, 이러한 동물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다양한 유전적 그리고 물리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과는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이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은 세포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진일보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람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격차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약 개발과정에 있어서 실험동물의 결과를 사람 임상시험에 직접 도입하기 전에 질병에 이환된 반려동물에 대하여 수의임상시험을 해보고 그 결과를 사람에 적용하자는 학자가 있다. 즉, 효력시험과 안전성시험을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평가한 후 그 결과를 질병에 이환된 반려동물을 이용하여 안전성시험과 효력시험을 하고 나서 사람의 안전성 및 효력시험에 적용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그림 참고 Amir Kol. Sci Transl Med Volume 7(308):308ps21-308ps21 October 7, 2015).

동물병원에 내원한 반려동물들은 심각한 질병상태에 있으며, 이들의 생활환경이나 유전적 배경은 사람처럼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일정한 환경에서 사육되어 왔던 실험동물 보다 질병에 이환된 반려 동물은 신약후보물질에 대하여 사람처럼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러한 반려동물에 있어서 신약후보물질이 안전성과 약효가 없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으로 그 물질을 도입하는 것은 재고를 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사람의 신약후보물질들이 반려동물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 동물과 사람과 자연환경에 대한 질병 제어가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질 때 사람과 환경이 모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개념을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도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도입하는 데는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동물실험에 제공되는 실험동물의 희생으로 사람이 복지를 누린다는 현재의 고통분담 불균형에 반려동물을 또 다른 실험동물로 사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적절한 대안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임상 시험과정에 있어서 윤리적인 문제 해결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먼저 반려동물의 소유자가 실험의 위험성 등을 고지한 동의서에 동의를 하고, 그 최종 승인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나 수의임상시험윤리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치는 과정이 요구된다. 미국의 UC Davis에서는 이미 수의임상시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수의과대학에서 이러한 시험을 수행해오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수의임상시험을 양성화하여 사람에 대한 신약개발과정 중에 질병에 이환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수의임상시험을 포함 시키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 질병에 이환된 반려동물에 있어서 더 안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경우에도 말기의 암환자들이 새로운 신약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임상시험에 도전하듯이, 한 가족으로서 오랫동안 살아온 반려동물이 말기 암에 이환되었을 때 새로운 신약에 기대를 해보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에게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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