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매심재기(每心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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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매심재기(每心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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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90호] 승인 2020.12.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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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보내면서 다산 정약용의 매심재기를 읽으며 잘못을 뉘우치고 잘 못한 바를 마음에 두고 고치고자 한다. 다산 정약용이 둘째 형 정약전의 부탁을 받고 재실의 기문을 다음과 같이 썼다.  

둘째 형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의 재실(齋室)을 ‘매심(每心)’이라 하고 나에게 그것을 기록하게 하면서 “매심(每心)은 후회 하는 것으로(心+每=悔), 나는 후회할 것이 많은 사람이다. 매번 마음속으로 그 후회 할 것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재실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니 네가 그 기문을 지어주기 바란다”라고 하여 다음과 같은 기문을 썼다. 

내가 나름대로 듣건대, 사람은 형체와 기운을 가지고 있다. 비록 최상의 지혜 있는 사람도 잘못이 없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성인(聖人)인지 광인(狂人)일지는 오직 후회하는지 아니면 후회에 인색한지를 따질 뿐이다. 

이윤(伊尹)의 말에 이르기를, “광인이라도 생각을 잘 하면 성인이 되고, 성인이라도 생각이 없으면 광인이 된다”라고 하였다.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후회를 일컫는다. 

공자가 말하기를, “비록 주공(周公)의 훌륭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해도, 가령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그 나머지는 보잘 것 없다”고 하였으니, 인색하다는 것은(후회에 인색하여) 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공자가 말하기를, “하늘이 나에게 몇 해를 빌려주어 마침내 《주역(周易)》을 알게 되면 아마도 큰 잘못은 없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주역을 배우면 길흉이 사라지고 자라나고 나아가고 물러나고 존재하고 없어지는 도리를 잘 알게 되기 때문에 큰 잘못이 없다-論語 述而). 

주공이나 공자는 성인으로서 마땅히 후회 할 과실이 없을 것 같은데도, 그 말씀이(주역을 배우면 큰 잘 못이 없다) 이와 같으니, 하물며 보통사람은 말해서 무엇 하리, 주역은 잘못을 후회하는 책이다. 

성인은 우환(憂患)이 있을 때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직 잘못을 스스로 뉘우칠 뿐이다. 그래서 문왕(文王) 같은 성인은 유리(羑里)에 갇혀 있으면서도 《주역》을 부연 설명하였고(괘사를 달았음), 공자가 진(陳)과 채(蔡)에서 고난을 당할 때 십익(十翼)이 쓰게 되었다. 

64괘(卦)는 대부분이 후회하고 부끄러운 것을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이로부터 보건대, 성인이 그렇게 후회가 없는 자이겠는가? 만약 성인으로서 후회가 없다면 성인은 우리와 같은 종류가 아니다. 그러니 무엇에 대해 흠모하겠는가?(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야 성인이다). 

안자(顔子)가 어진 까닭은 두 번 잘못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로(子路)가 용맹했던 것은 잘못을 듣기 좋아했기 때문이다. 진실로 후회를 하면 잘못으로서 허물을 만들지 않는다. 

둘째 형이 그 재실에 이름을 지은 것이 어찌(그 뜻이) 크지 않았을 것인가? 돌아보건대, 후회하는데도 역시 도리가 있다. 만약 한번 밥 먹는 동안에 불쑥 화를 내고 원망하고, 이윽고 뜬구름이 공중을 지나가는 것처럼(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하는 것은 후회하는 것이 아니다(평소 조심하면서 잘못을 돌이키는 것이 후회하는 것이다). 

작은 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고쳤다면 그것은 잊어도 좋다. 큰 잘못이 있을 때는 비록 그것을 고쳤어도 하루라도 그 뉘우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후회가 마음을 수양시켜주는 것은 똥(糞)이 새싹을 북돋아 주는 것과 같다. 똥이 썩어 더러운 것으로써 싹을 북돋아주면 좋은 곡식이 된다. 

후회가 죄와 잘못을 가지고 양심과 마음을 수양하게 하면 덕성이 된다. 그 이치가 똑 같다. 내가 후회 할 일은 형을 보고 비교 해보면 아마도 만 배는 될 것이다. 부탁하여 이것으로 내 방의 이름을 짓는 것이 좋을까?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면 비록 내방의 이름을 짓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다산시문집 제13권).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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