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③] 혼자 사는 사람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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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③] 혼자 사는 사람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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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24호] 승인 2022.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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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난 세상에서

최근 10년 간 대폭 늘어난 1인 가구, 속칭 (나)홀로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 영화는 꼭 홀로족이 아니더라도 원치 않게 많은 시간을 혼자 살아내야 하는 팬데믹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기는 영화이다. 팬데믹이 저물어가는 이 즈음 작년에 본 이 영화를 떠올려 보았다.

집 안에서나 직장에서나 그저 혼자 있는 게 편한 20대 후반의 직장인 진아(공승연 배우)는 타인과 관계 맺기를 불편해 하고, 여가시간을 주로 스마트폰과 케이블티비에 의존하는 젊은이이다.

콜센터의 에이스로 늘 실적 1위인 그런 진아는 어느 날 팀장으로부터 일주일 간 신입의 사수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앳된 수진(정다은 배우)은 진아와는 다르게 춘천에서 상경하여 본의 아니게 혼자 살게 된 경우로 직장 선배들에게 잘 보이고 인맥을 쌓으려 애쓰는 모습이 진아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온다. 

일부러 멀리 혼자 라멘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자신을 따라와 굳이 같이 앉을 자리를 찾는 수진이 진아는 몹시 불편하다. 게다가 어렸을 때 다른 여자를 만나 가족을 떠났다가 다시 엄마와 재결합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신 엄마의 휴대폰을 쓰면서 엄마의 집까지 자기 대신 증여 받은 타인보다 못한 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진아의 이러한 삶은 혼자서 밥 먹는 것을 불안해 하고 동료들에게 작은 선물을 나눌 줄 알며, 시간여행을 한다고 믿는, 자신은 영혼 없이 대했던 고객을 따뜻한 말로 품어주는 수진과 지내면서 조금씩 균열이 온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수진이 출근하지 않자 진아는 무언가 모르게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수진이 따라와 합석 하기를 원했으나 누구와 같이 점심을 먹는 다는 게 어색해 어쩔 줄 몰라 했던, 그리고 그 다음 날 더 이상 점심에 자기 따라오지 말라고 쏘아붙이고 다시 혼자 갔던 그 라멘집에서 이제는 혼자 밥을 먹는 게 더 불편하다. 무미건조하게 응대했던 콜센터 업무도 이젠 전처럼 감정없이 하기가 어려워진다. 

두 사람 이외에도 옆집에 사는 성냥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청년, 그리고 어느 날 죽은 그 청년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새로 이사온 남자, 여전히 맘에 안 들고 의심스럽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이 된 아버지 등 주변인물의 기운이 수진으로 인해 생긴 진아의 삶의 균열에 함께 스며든다. 

필자는 시간여행을 한다고 믿는 고객을 응대하는 진아와 수진의 대비되는 모습, 사망한 전 세입자를 위해 새로 이사온 사람과 이웃들이 제사를 지내는 모습, 수진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전화를 전하는 진아의 모습, 뻔뻔한 아버지에게 사과하라고 통곡하듯이 외치는 진아의 모습 등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떠오르는데, 무엇보다 압권은 라멘집에서 합석을 하자는 눈치를 주는 수진에게 어쩔 줄 몰라 하는 진아의 모습이었다.

자신은 그저 원래 하던 대로 일상을 살고 있는데 거기에 끼어 들은 수진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거절하자니 미안하고 등등의 복잡하고 난감한 감정이 순간에 다 담겨있다. 이를 표현한 공승연 배우는 이 영화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조연이었지만 수진 역의 정다은 배우도 감정의 안타까운 변화를 잘 표현했다.

 



노상호 수의사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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