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미래연구소(이하 수미연)가 지난 11월 26일 발표한 영상장비 보유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6년(2018~2024)간 국내 동물병원 영상장비는 빠르게 증가했으나 장비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수도권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T와 C-arm과 같은 고가 장비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뚜렷해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미연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확보한 ‘지역별 방사선 발생장치 현황(2018~2024)’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일반 X-ray, CT, C-arm 등 3,961대 중 56.8%(2,251대)가 서울·경기·인천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전국 일반 X-ray는 2,228대에서 2,784대로 25% 증가했으며, CT는 47대에서 185대로 약 4배, C-arm은 48대에서 237대로 약 5배 늘었다. 치과용 X-ray도 12대에서 60대로 증가하며 5배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CT와 C-arm은 수도권 집중도가 매우 높아 CT 185대 중 109대(58.9%), C-arm 237대 중 136대(57.4%)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는 영상진단 및 고난도 수술 수요가 대학동물병원과 수도권 대형 동물병원에 집중된 시장 구조의 결과로 해석된다.
■ MRI·RT, 통계조차 부재
장비 증가세와 달리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와 방사선치료장비(RT, Radiation therapy)는 전국 설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전혀 없다.
현재 검역본부의 관리 범위가 X-ray, 이동형 X-ray, CT, C-arm에만 한정돼 실제 고난도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MRI, RT, PET-CT 등의 대수, 지역 편중 여부, 검사량, 안전관리 현황 모두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다.
수미연은 “동물의료의 기술 수준은 급격히 고도화되고 있으나 데이터 체계는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구조적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의에서는 CT와 MRI가 ‘특수의료장비’로 분류돼 설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라 MRI는 원칙적으로 200병상 이상 병원에서만 설치할 수 있고, CT는 시 지역 200병상, 군 지역 100병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024년 개정에서는 의료취약지 해소를 위해 군 지역 기준을 50병상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이 CT, MRI 설치 현황과 검사량을 통합 관리하며, 지역별 과잉·과소 공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미 국가 차원의 자원 관리 체계가 확립된 것이다.
■ 동물의료 ‘무규제·무관리’
반면 동물의료는 급격한 장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무규제, 무관리 상태다. 수미연은 “최근 5년간 CT, MRI, RT 등 고가 장비의 설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MRI, RT의 경우 통계조차 없어 현재의 경쟁 구도가 적정한지, 실제 환자 수요와 지역적 필요에 기반한 분포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지역 간 의료 접근성 악화, 장비 중복 투자 및 불균형 심화, 동물의료 안전성 확보의 사각지대 확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미연은 “동물의료 영상장비는 양적 증가와 기술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가 부재한 이상 경쟁 심화와 지역 불균형, 환자 안전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사람 의료처럼 동물의료도 데이터 기반 국가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