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학 전문가 인터뷰 ②]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임 예정인 김선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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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학 전문가 인터뷰 ②]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임 예정인 김선아 박사
  • 이준상 기자
  • [ 254호] 승인 2023.08.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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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 수의대서 동물행동의학 진료와 연구 진행할 예정”

“코넬대 수의대서 동물행동의학 진료와 연구 진행할 예정”

세계 최고의 수의과대학으로 불리는 미국 UC DAVIS 수의과대학에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DACVB, Diplomate of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Behaviorists) 과정을 마친 뒤 국내로 돌아와 세종충북대동물병원에서 임상박사로 근무한 김선아 박사가 최근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김선아 박사를 만나 코넬대 교수 임용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로컬병원에서 동물행동의학 진료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동물행동의학 진료 절차와 약물 사용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코넬대학교 교수로 어떻게 임용된 건가.
반려동물 복지에 앞장서는 미국의 Dave & Cheryl 더필드 재단에서 작년에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으로 12.1 밀리언 달러를 기부했는데, 기부 조건이 동물행동의학 박사 2명을 채용하고, 더필드 동물행동연구소(Duffield Institute for Animal Behavior)를 설립해 동물행동의학 연구와 전문의 인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코넬대 수의대 측에서 제게 연락을 해왔고, 지원해 볼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작년만해도 한국에서 계속 살 계획이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안 가졌다가 코넬대에서 괜찮은 지원자를 찾지 못했는지 올해 또 연락이 오면서 지원을 하게 됐고, 인터뷰를 거친 후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앞으로 코넬대 수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동물행동의학 관련 진료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Q. 코넬대에서 박사님을 강력히 원한 것 같다.
사실 저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하다(웃음). ‘미국수의행동의학회(ACVB) 심포지엄’에서 매년 연구 발표를 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2020년도에는 ‘동물병원에 내원한 개의 스트레스에 트라조돈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미국수의행동의학회에서 R.K. Anderson 레지던트 상을 받으면서 연구하는 전문의로 이름이 알려졌다. 그래서 제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나 싶다.

 

Q. 최근 임상의들이 동물행동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가.
가장 쉽게 동물행동의학 진료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강의를 많이 듣는 것이다. 강의는 하나의 주제로 단편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컨퍼런스보다는 동물행동의학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코스를 찾아 수강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으로 치자면 최소 14~15시간 코스는 들어야 동물행동의학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진다. 컨퍼런스 강의는 복습 차원에서 들으면 효과적이다. 

김선아 교수는 "최소 14~15시간 코스는 들어야 동물행동의학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선아 교수는 최소 14~15시간 코스는 들어야 동물행동의학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과서를 보는 것도 필요한데, 우선 『Blackwell's Five-Minute Veterinary Consult Clinical Companion: Canine and Feline Behavior』는 딱딱하지 않고 쉽게 볼 수 있어 입문용으로 좋다. 『Behavior Problems of the Dog and Cat, 4th Edition』은 올해 출간돼 동물행동의학 관련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내용들이 들어 있어 권장한다. 『Clinical Handbook of Feline Behavior Medicine』은 특히나 고양이 관련 행동의학 교과서가 없는 가운데 최초로 출간된 관련 서적이다. 이 책은 저 또한 공저자로 한 챕터를 저술했다. 

사실 동물행동의학이 처음이라면 강아지보다 고양이 진료가 수월하다. 강아지는 보호자들이 혼을 내거나 훈련소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훈련을 시켜 악화된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면, 고양이들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그 상태로 내원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더 높다. 

 


Q. 동물행동의학을 공부해보고 쉽게 포기하는 수의사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분들에게는 동물행동의학을 다른 진료과목과 별개로 분리해 생각하면 안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람 의학에서 일반적인 위염이 아닌 스트레스성 위염이면 내과랑 정신건강의학과랑 협진하는 것처럼 동물도 심장질환이 있는데 흥분을 자주한다면 내과랑 연결할 수 있고, 중성화를 했는데 마운팅을 심하게 한다면 산과랑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 때문에 동물행동의학을 공부해 놓으면 다른 임상 진료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에 따르면 동물행동의학 공부는 다른 임상진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Q. 동물행동의학 진료 절차를 소개한다면.
우선 병력 분석 검사지를 보호자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검사지를 통해 유전적 기질부터 성장환경, 과거경험, 환경적인 요소까지 평가한다. 여기에 추가로 보호자가 영상으로 보내온 문제 행동들을 관찰하며 분석한다. 단, 영상을 찍기 위해 일부러 공격성을 유발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래서 공격성 문제보다는 강아지가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돈다던지 과도한 울음을 보일 때 영상을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홈투어 비디오라고 해서 집안 곳곳을 살펴 문제의 호발 위치를 확인하고, 동거인들과의 관계와 집안 분위기도 살핀다. 그런 다음에 검사지와 영상들을 토대로 문제 리스트를 작성하고 감별진단목록을 만든다. 이후 실제로 환자와 보호자가 내원하면 중요한 추가 질문을 통해 심층적인 정보를 얻고,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한 뒤 보호자에게 치료계획을 설명한다. 치료계획은 보호자 교육, 환경적 관리, 약물치료, 행동치료 순서대로 이뤄져야 한다. 

 


Q. 동물행동의학적 약물을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수의사들이 많은데. 
많은 원장님들이 동물행동의학적 약물을 쓰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 반면 항생제는 굉장히 편하게 쓰시는데, 잘 생각해보면 항생제를 30~40년 동안 매일 먹는 사람은 없지만 정신과 약은 30~40년 동안 매일 먹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도 마찬가지로 10년 이상을 매일 항생제를 먹는 경우는 없지만 동물행동의학적 약은 10년 넘게 매일 먹기도 한다. 이 말은 곧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는 염증이 문제되면 항염제, 감염은 항생제, 종양이 있으면 항암제를 쓰는 것처럼 불안할 때 항불안제를 쓰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약물을 쓰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Q. 미국 로컬병원에서도 동물행동의학 진료를 시행하고 있나.
미국은 FDA에서 승인한 동물행동의학적 치료제가 5개가 있어 일반의들도 적극적으로 동물행동의학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승인된 치료제가 있다는 것은 수의사가 동물행동의학적 진단을 내리면 무조건 치료제에 대한 언급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의사가 치료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 스탠다드 케어가 아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반의들도 동물행동의학 지식을 갖추고 진료하고 있다.


Q. 동물행동의학 진료도 골든타임이 중요한가.
골든타임과 관련해 재밌는 연구를 하나 소개하자면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하러 온 생후 8~16주의 강아지 100마리를 관찰한 후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인 10%의 아웃라이어들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이상행동과 불안 증세를 보였다. 이 말은 즉, 동물의 문제행동을 가장 빨리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수의사라는 말이 된다. 

기본적으로 임상의라면 수백에서 수천마리의 강아지들 백신접종을 해봤기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개를 직감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연구 결과에도 나왔듯이 이런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수의사들은 이런 점들을 놓치지 않고 조기에 동물행동의학 진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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