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⑱] 보통의 가족(2024)
상태바
[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⑱] 보통의 가족(2024)
  • 개원
  • [ 283호] 승인 2024.11.08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념과 본능을 넘나드는 가족의 파국

사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제목에 대한 반감이 살짝 들게 된다. 살인을 저지른 재벌 3세의 변호를 아무렇지도 않게 맡으며 법망을 빠져나가 이익을 취하는 변호사(설경구)와 뛰어난 실력에 잘생기기까지 한 소아외과 의사(장동건)는 딱히 보통사람으로 보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그 변호사의 소위 트로피 와이프와 같은 재혼한 젊은 아내(수현), 그리고 이런 형 내외와 극히 대조적으로 봉사활동과 치매인 시어머니 봉양에 진심(?)인 동생의 아내(김희애)는 그렇게 보통으로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유럽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원제는 ‘디너’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유독 저녁식사를 나누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네 명의 주인공들이 극의 전개에 중요한 결정을 하는 장면은 모두 이 식사장면과 관련이 있다. 

감독은 ‘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명작을 연출한 허진호인데, 덕혜옹주를 보며 ‘아 이젠 이 분의 시대도 저물었구나’ 했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어, 이분이 이런 연출도 하시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봄날은 간다’에서의 이영애 배우만큼 수현 배우의 매력을 잘 뽑아낸 것도 인상적이다.

사실 이번 영화에서는 개인적으로 극 중 갈등의 원인이 되는 두 아역배우(홍예지, 김정철)와 함께 장동건과 수현의 연기가 좋았다. 물론 돈 앞에서라면 냉정한 변호사에서 딸의 그릇된 행동과 마음을 알게 되면서 양심의 소리를 듣게 되는 역할의 설경구 배우는 평소 보여준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냈고, 평상 시에는 반듯한 현모양처에 알파맘처럼 보이나 학폭 피해자이자 폭력의 가해자가 된 아들을 위해 앞뒤 안 가리는 역할을 잘 소화한 김희애 배우 또한 익히 예상 가능한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장동건 배우와 수현 배우에게 더 눈이 갔는데, 장동건 배우의 경우 과거 작품에서 대체로 킬러나 무사 등 범접할 수 없는 저 세상 사람처럼 보였던 데 반해 이번엔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사람(물론 제목처럼 ‘보통’으로 볼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다)으로 연기한 것이 신선했다. 수현 배우 또한 자신의 장점과 매력을 잘 발산하면서 세 명의 다른 대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처럼 중심을 잘 잡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두 부부의 자녀 역할을 한 홍예지와 김정철 배우 또한 몰입하기 쉽지 않은 역할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사촌지간인 두 아이들의 돌이킬 수 없는 행동으로 인해 변해 가는 부모들을 보여주며 우리 모두에게 ‘당신이라면?’ 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극히 절망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배우들 자체뿐만 아니라 해당 역할이 지닌 사회적 지위 또한 그다지 보통은 아니기에 제목에 조금 아쉬움이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딱히 더 좋은 제목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극장을 나서면서 허진호 감독의 질문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선뜻 답을 하기 어렵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본지 단독 인터뷰] 성제경(SNU반려동물검진센터) 이사장 “당초 취지대로 운영할 것....지켜봐 달라” 
  • SD동물의료센터 ‘암연구소 개소 기념 심포지엄’ 6월 22일(일) 건국대
  • 대구·경북 수의사들, 서울대 앞 서 ‘SNU 1인 릴레이 시위’
  • ‘경기수의컨퍼런스’ 7월 19일(토)~20일(일) 수원컨벤션센터
  • 특수동물의학회 ‘제2회 학술대회’ 6월 22일(일) 서울대 스코필드홀
  • 지역 ‘거점병원’ 타이틀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