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수의계 학회 및 단체들이 기존의 보수적인 운영 방식을 탈피하고,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젊은 수의사들’이 존재한다.
한국동물병원협회(회장 최이돈, 이하 KAHA), 한국수의안과연구회(회장 김준영) 등 주요 단체와 학회들이 임원진에 30~40대의 젊은 수의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조직의 세대교체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한다
이처럼 젊은 임원진을 기용하는 것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단체의 정체성 확립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 수의계 관계자는 “이제 학회도 브랜드가 필요한 시대다. 젊은 수의사들의 감각과 뛰어난 기획력으로 학회의 색깔을 정립하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SNS를 통한 학회 및 단체 홍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 제작, 최신 의료 장비 및 치료 기법에 대한 빠른 수용 등이 젊은 임원진의 주도 아래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이는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단체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력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과거에는 학회나 협회 임원 선출 시 경력이나 연차가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프로젝트 기획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콘텐츠 생산 역량 등 실무 능력이 주요 평가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젊은 수의사들도 단체 운영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새로운 집행부로 출범한 KAHA 최이돈 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협회의 운영이나 모임 등이 정체돼 있다 보니 KAHA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연속성을 갖지 못했다. 이번에 명단과 집행부를 전부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젊은 수의사들이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원하는 수의계를 만드는 일에 엄청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훨씬 더 다채로운 패러다임으로 협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젊은 수의사들을 중심으로 집행부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화에 박차 가해야 할 시점
물론 세대 간의 시각 차이와 운영 방식의 조율은 여전히 숙제다. 그러나 많은 단체들이 ‘변화를 위한 갈등’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단체 운영의 고도화와 전문성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많은 단체로 확산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중대형 학회뿐만 아니라 소규모 스터디 모임이나 지역 분과 학회까지도 젊은 리더십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추세다.
수의계에도 긍정적 영향 기대
학회나 협회의 임원진 세대교체는 단순히 해당 단체의 운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의계 전반의 인식 변화와 직결되며, 병원 경영, 진료 트렌드, 후배 수의사 양성 등 다방면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이는 수의계 전체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학회나 협회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다. 수의사들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담은 플랫폼이자 업계 발전을 이끄는 중심축이다. 이 중심축에 젊은 리더들이 새롭게 자리하면서 국내 수의계는 또 한 번의 진화의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