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 진료항목이 기존 102종에서 112종으로 확대됐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가가치세 면제대상인 동물 진료용역’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외과 분야에서 간 종양과 문맥전신단락, 치과 분야에서 치아파절과 치주질환, 잔존 유치, 구강 종양, 구강악안면 외상을 비롯해 증상에 따른 처치 항목에 구취와 변비, 식욕부진이 추가되면서 10개 항목이 면세 대상에 추가됐다.
이쯤되면 동물 진료용역 대부분이 면세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세 대상 항목이 워낙 많은 데다 한 환자가 여러 가지 복합질환을 가진 경우도 많다보니 임상 현장에서는 일일이 과세 또는 면세 진료비를 구분해서 청구하기 어려워 아예 진료비를 면세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부가세를 신고할 때는 10% 정도 일정 비율을 과세 매출로 포함시키는 편법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면세 항목으로 청구했어도 과세매출이 아예 없다고 신고하기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 진료비는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에만 부가세를 과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동물진료비에 부가세를 과한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가 동물 진료용역에 부가세를 없애지 않고 부가세 면세 대상을 확대하는 이유가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는 데 문제가 있다. 동물진료비는 부가세 과세 대상이지만 대신 보호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면세 대상을 확대해 주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조인 것이다.
면세대상 비율이 90% 가까이 올라가는 데도 불구하고 동물 진료비는 원칙적으로 부가세 대상이라는 게 아이러니할 뿐이다. 사람 의료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부가세 과세인 것이다.
이처럼 부가세 진료인데도 면세 범위를 너무 많이 확대하다 보니 현재 면세 항목만 100개가 넘는다. 동물병원들 조차 각 진료 항목마다 과세 또는 면세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행정적 부담만 늘어날 뿐 아예 일괄로 면세 처리하고 과세 매출만 신고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
정부가 부가세를 과세한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이번에 확대된 면세 대상에 구취와 변비, 식욕 부진까지 추가되면서 사실상 동물 진료항목이 거의 모두 면세 항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사람 의료처럼 원칙을 면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한수의사회는 부가세 면세 대상 확대가 본격화된 2023년 당시에도 세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사실 사람 의료처럼 동물 진료용역도 부가세는 면세를 원칙으로 하되 미용 목적의 진료 등 일부 과세 대상에 예외를 두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동물진료비에 대한 부가세 면제 확대가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새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표준수가제 추진에 시동을 걸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표준수가제 또한 부가세 면세가 보호자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똑같은 이유에서 추진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가세 면세는 사람 의료와 마찬가지로 진료비 부담 완화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표준수가제 역시 진료비 부담 완화와는 전혀 무관한 제도임에도 정부가 여전히 그렇게 믿고 추진한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 수의계의 시급한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