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동물병원 윈윈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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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동물병원 윈윈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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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04호] 승인 2025.09.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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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협력 네트워크로 상호 신뢰 구축해야
단순 의뢰 넘어 환자 회귀·정보 공유 시스템 필요…리퍼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반려동물 진료가 점차 전문화·고도화되면서 수의료 현장에서도 협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1차 동물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도 수술 등은 2차 병원의 전문성과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리퍼(Referral)’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제도적 취지와는 다르다. 여전히 1차 병원에서는 “리퍼 이후 환자가 돌아오지 않는다”, “진료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보호자 설명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보호자들 또한 병원 간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나 진료비 상승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결국 리퍼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제도임에도 병원 간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수의계에서는 ‘리퍼를 잘하는 병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환자를 보내고 받는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고, 환자 회귀 보장과 정보 공유, 그리고 협력 네트워크 구축까지 실천하는 병원이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정보 공유 및 환자 회귀로 신뢰
리퍼 시스템의 첫 번째 과제는 환자가 의뢰했던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보호자에게 1차 병원을 주치 병원으로 인식시키고,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리퍼 이후 환자가 다시 돌아가는 구조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정보 공유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뒤따라야만 1, 2차병원 간 신뢰를 지킬 수 있다.

이정현(24시위즈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진료 후에는 반드시 요약된 리포트를 작성해 원래 병원에 전달하고, 재진이나 경과 관찰은 그 병원에서 하도록 안내한다”고 밝혔다.
이택근(클리어동물병원) 원장은 “리퍼된 환자를 진료한 후 하루 이내에 사진을 첨부한 진료 리포트를 기존 병원에 송부하고,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기존 병원 원장과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퍼받은 안과진료 외에 상담은 하지 않으며, 다른 질병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기존 병원에서 진료 하도록 안내한다”고 말했다.
안대기(SKY동물메디컬센터 천안점) 원장 역시 “무사히 치료를 마친 환자들은 연계 병원으로 다시 돌려보내 술후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병원과의 상생 또한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단발성 리퍼가 아닌 지속적인 협력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트워크로 임상 정보 공유
리퍼의 역할은 한층 확장됐다. 환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는 절차에 그치지 않고, 의료 자문과 임상 사례 공유, 교육 프로그램까지 협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차 병원은 네트워크를 진료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동후(고강동물병원 원장)은 “양한방병원 원장님들로부터 침치료 자문을 구하고 있다”며 “1차 병원으로서 전문성을 갖춘 주변 병원과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자문 혹은 의뢰를 결정하면서 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2차 병원은 협력의 무게를 품질 입증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장비나 시설을 강조하기보다는 진료 시스템을 공개하고, 실제 임상 경험을 공유하며, 강의와 케이스 발표를 통해 실력을 알린다. 안심하고 리퍼를 맡길 수 있도록 전문성을 확인시키고, 병원 간 신뢰를 다지는 방식이 점차 정착되는 분위기다. 

김종열(로얄동물메디컬센터 강동점) 원장은 “지역 병원의 원장님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리퍼 환자의 케이스 자료를 모두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세철(이음동물의료센터 원장)도 “지역 병원 원장들과 인사를 나누며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활동은 환자 의뢰를 넘어 병원 간 신뢰를 강화하고, 지역 의료 네트워크의 수준을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퍼 절차는 협업의 시작
리퍼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선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 바쁜 진료 환경에서 형식화된 의뢰서나 복잡한 접수 절차는 리퍼 의뢰를 지연시키는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비엔동물전문의료센터의 운영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여승학 원장은 “진료 의뢰는 전화, 메일, 구글 폼 등 다양한 수단으로 가능하고, 형식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협업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리퍼 병원에 홈페이지 아이디를 발급해 실시간으로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전자차트 업체와 협업해 의뢰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차트 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리퍼 경쟁으로 리베이트 논란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직접 지역 병원을 방문해 유사 영업 행위를 펼치거나 리퍼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는 행위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2차 병원 원장은 “병원 규모가 큰 만큼 지출도 많아 환자 유입이 절실하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리퍼가 오지 않기 때문에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로컬병원 원장은 “2차 병원이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력이 아닌 금전 조건이 리퍼의 기준이 되는 구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또 다른 2차 병원 원장은 “오히려 1차 병원에서 ‘여기는 얼마까지 가능하냐’고 묻는 전화까지 온다”며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관행은 명백한 환자 유인·알선 행위로 의료법 위반 소지까지 안고 있다. 현장에서는 공정한 협력 구조를 지키기 위해 리퍼 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자율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퍼는 환자 의뢰를 넘어 병원 간 협력과 지역 의료 네트워크의 성장을 이끄는 장치다. 상생의 철학과 공정한 운영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리퍼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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