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축의 사료가 된 유기견의 운명
상태바
[시론] 가축의 사료가 된 유기견의 운명
  • 개원
  • [ 162호] 승인 2019.10.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제주도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 당한 개의 사체를 폐기물 처리업체가 사료원료로 사용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동물보호소의 유기견 사체 처리 방법에 대해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소나 돼지, 닭은 도축하여 사람들이 그 고기를 먹고 또 다른 동물의 사료원료로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동물보호소에서 죽은 개의 사체를 다른 동물의 사료원료로 사용한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포함한 동물의 사체(死體)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되고 동물병원 등에서 배출되는 동물의 사체는 ‘의료폐기물’로 처리된다. 도축장 등에서 배출되는 300Kg 이상의 가축의 부산물은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된다.

개는 축산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가축이다. 다행히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해당 되지 않아 도살장에서 도축되는 일은 없다.

반려동물로서 개나 고양이는 죽으면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 폐기물로서 화장처리 되거나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장묘업의 등록을 한 자가 설치·운영하는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된다.

2018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보호시설에 121,077마리가 수용되었고, 그 중 총 53,394 마리가 자연사(23.9%), 안락사(20.2%)로 생을 마감하였다.

미국은 유기동물을 실험·연구 시설로 보내는 pound seizure law가 존속하고 있는 주가 아직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기동물을 이용하여 동물실험을 하면 위법이다. 그 이유는 사람과 많은 교감을 한 반려동물을 더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다.

수의과대학에서는 학생들 실습 중 살아있는 동물에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안락사 당한 유기 동물의 사체를 해부 실습용으로 사용하고 싶지만, 법에 따른 사체의 처리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한편 지자체에 따라서는 동물보호 시설을 유지 관리하는 비용도 적지 않은데, 죽은 동물의 인도적인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제주도 동물보호센터에서 죽은 개의 사체 처리를 폐기물 전문 처리 업체에 의뢰하였고, 그 업체는 랜더링으로 처리된 사체를 사료원료로 사용하였다.

사료 관리법과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사료 사용 제한 물질 중에 가축의 사체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돼지나 소, 닭이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에 감염되어 대량으로 생매장되고 매장지로부터 침출수가 흘러나와 주변 환경의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개정하여 가축전염병에 걸린 가축의 사체를 사료나 비료의 원료로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가축 사체를 재활용 할 수 있는 가축전염병은 우역, 우폐역, 가성우역, 블루텅병, 리프트계곡열, 럼피스킨병, 양두, 수포성구내염, 아프리카마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돼지수포병, 탄저, 기종저, 소해면상뇌증, 양해면상뇌증,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을 제외한 가축전염병에 이환된 동물의 사체로서 브루셀라병, 돼지오제스키병, 결핵병 등에 이환되어 살처분 된 동물의 사체이다.

이러한 가축의 사체를 재활용하려면 랜더링(rendering) 처리 시설(고온·고압으로 멸균 처리하는 시설) 등에서 가축전염병의 병원체가 퍼질 우려가 없도록 처리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처리된 가축의 사체는 소ㆍ양 등 반추류 가축을 제외한 동물 사료의 원료, 비료의 원료, 공업용 원료 또는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동물보호시설에서 안락사 당한 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명시한 재활용 할 수 있는 대상 가축은 아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동물의 사체를 사료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적법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죽은 사체를 재활용 하는 것이 환경보존을 위해 적절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반려동물로서 살아오던 개와 고양이가 길을 잃거나 또는 주인에게 버림받아 결국 안락사 당하고 또 그 사체는 다른 동물의 사료원료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재학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비윤리적 수의사 더 이상 설 곳 없어진다”
  • 무한경쟁 돌입한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 
  • [수의사 칼럼 ➆] 동물병원 수의사 근무복 입은 채로 외출해도 될까?
  • [클리닉 탐방] 지동범동물병원
  • ‘제2회 인천수의컨퍼런스’ 3월 24일(일) 송도컨벤시아
  • SKY그룹&코벳, 인도네시아와 수의영상분야 M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