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 이야기➀]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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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책 이야기➀]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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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14호] 승인 2021.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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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앞서는 이들과 눈높이 맞추는 수의사

동물을 주제로 한, 그리고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은 많다. 필자 또한 수의사로서 이런 종류의 책에 관심이 많고 가급적 찾아서 읽는 편이다. 

그런데 올해 10월경 출간된 신작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은 개인적으로 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릴 때 사생대회에서 상을 받고 시화전도 나가는 등 한때 그림 제법 그렸던(?) 필자는 수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전 고등학교 시절에 잠시나마 미술을 전공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미술가와 그들의 동물을 같이 다룬 이 책은 무척 색다르게 다가왔다. 

처음 책을 택배로 받아보았을 때 무엇보다 하드커버에 화사한 표지가 눈에 띄었다. 왠지 커버를 열면 예술가들과 함께 했을 네 발 달린 친구들이 까만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거나 따스한 햇살 속에서 눈을 감고 앞발에 턱을 괴고 잠을 청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양장부터 매력적인 책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치고 나니 다소 감상적인 선입견으로 책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던 필자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길정현 작가의 글은 마치 문화부 기자의 기획특집 기사처럼 감정이 절제된, 그러나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으며, 글 이상으로 중요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사진자료는 작가의 글과 함께 버무려지면서 잔잔하고 고풍스런 유럽 영화의 스틸 컷을 보는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자료의 선별과 편집 또한 여러 과정을 거쳤을 듯한데 작가와 출판사의 안목이 돋보인다. 

작가는 앙리 마티스에서 헌트 슬로넴까지 총 19명의 예술가를 다루고 있는데 회화작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작가만 소개하지도 않는다. 고양이를 그리는 조선후기 변상벽 화가도 소개하고 있어 반가웠다. 

그리고 제목과 달리 두 발과 두 날개를 가진 친구들도 제법 나온다. 네 발 달린 친구라는 책의 제목만 보고 등장 동물로 개와 고양이만 상상했던 나는 ‘아, 날개도 발의 변형이지 그렇다면 제목이 잘못된 건 아니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현재 개식용과 관련하여 대선후보의 공약에서 논란이 될 만큼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려는 인구 또한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시대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수의사를 비롯한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더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일이 될 것이다. 

창조가 생명인 예술은 언제나 새로운 것, 파격적인 것의 가장 앞선 위치에 서 있게 되고, 이를 구현하는 예술가는 예술 자체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식 또한 대체로 시대정신에 앞서 있기 마련인데 소위 K-culture가 주목 받는 요즘, 과거 이 책에 소개된 피카소나 폴록과 함께 했던 네 발 달린 친구들처럼 우리나라 예술가들에게도 가족처럼, 친구처럼 늘 함께 하는 네 발 달린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카소나 플록이 그랬듯이 그들 또한 지금의 시대정신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의사는 시대를 앞서는 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또 다른 사람들이다.

 

 

노상호(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수의사

▶약력 
2008~2021    서울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2003~현 재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정교수
1994~1998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박사
1988~1992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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