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 카페 벨에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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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 카페 벨에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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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16호] 승인 2022.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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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나이가 지긋해지면 아래 두 가지 중 하나의 이유로 ‘라떼는 말이야’하며 과거를 소환하게 된다.

지금은 별것 없어 보이는 자신이 과거에는 화려했다고 기억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더 이상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그나마 그럭저럭 잘 따라가던 과거가 좀 더 (자신에게) 좋은 세상이었다고 믿거나. 변화가 빠른 요즘은 아마 후자 쪽이 더 가까울 것이다.

필자가 지면에 소개할 첫 영화로 이와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카페 벨에포크(2019)’를 골라보았다.

주인공 빅토르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나마 라떼를 시전조차 하지 않는 무기력한 노년의 아날로그 남성이다. 이에 반해 아내 마리안느는 최신 기술과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 디지털 노년여성으로 변변한 벌이가 없는 만화가인 남편 빅토르를 오래 전부터 경제적으로 책임지고 있으며, 육아나 집안살림 등 가정을 꾸려나가는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빅토르에게 아들 맥심은 절친이 운영하는 시간여행 체험서비스 티켓을 전해주는데 정말로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고 내가 원하는 시대로 설정된 세트장에서 그 시대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함께 과거를 경험하는 일종의 연극체험이다. 

거기서 빅토르는 아내 마리안느를 처음 만났던 1974년 카페 벨에포크에서의 하루를 신청하고, 영화는 이를 경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빅토르와 마리안느가 구세대를 대표한다면 시간여행 서비스 속에서 젊은 마리안느를 연기한 마고와 이 시간여행 사업을 운영하고 감독 역할도 하는 앙투안은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 앙투안과 마고는 연인 사이인데 마고는 열린 생각과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 반면 앙투안은 조울증 환자에 가까운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마고는 빅토르를 위해 젊은 마리안느를 연기하면서 그와의 대화에서 따뜻한 심성에 매력을 느끼며, 이 역할극을 감독하는 연인 앙투안에게 자신의 이상형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한편 빅토르는 마고가 연기하는 젊은 마리안느가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호시절로 설정된 시대 속에서 그를 통해 아내와의 추억을 소환하여 자신감을 회복하고 점차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 둘은 묘한 동지애를 느끼며 가까워진다. 이 와중 마리안느는 빅토르의 예전 직장상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마고는 앙투안이 조금은 더 자상하고 차분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그 모습에 가까운 빅토르를 통해 자신의 희망을 앙투안에게 전하고 싶었고, 빅토르는 마고를 통해 ‘라떼’시절 사랑했던 아내 마리안느를 그리워하며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다. 

빅토르와 마리안느 부부는 자신들이 매력을 느꼈던 상대방의 잔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변할 수밖에 없는 나머지 부분들을 인정하지 못하고 과거의 기억에 갇혀있는 불행한 사람들이지만, 영화 후반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육신의 노화와 더불어 많은 것이 바뀐 모습일 수밖에 없는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젊은 세대인 마고와 앙투안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이는 반대로 이들이 경험하고 적응할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별 볼 일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과거만 반복할 수는 없다. 습작만 그리느라 진짜 인생을 놓친다”고 빅토르에게 일갈하는 마고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제목인 벨에포크는 프랑스어로 '과거의 좋았던 한 때, 아름다운 시절'을 가리킨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라떼는 말이야’를 읊어본 세대라면 꼭 한번 관람을 추천한다.

 

 

노상호(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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