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의쪽 의료사고는 비일비재 하다. 각종 의료분쟁이 속출하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심사조정위원회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관련기관이나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하는 자료만 보더라도 10년 새 의료분쟁은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동물병원의 의료사고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판결이 나온 사건도 지난해 1건 정도에 불과하다.
의료분쟁 수면 위 시간문제
때문에 임상수의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의 체감 수위는 거의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잠재된 건수는 상상 이상일 수 있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펫팸족의 증가 속도만큼 향후 수면 위로 불거질 의료분쟁 건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말 못하는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 입장에서는 의료사고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보호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정확한 기록 없이 비용을 줄이려는 보호자의 말만 듣고 치료했다가 사고라도 발생하게 되면 모든 책임은 수의사가 져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동물병원 의료소송도 비용을 문제 삼아 마취 전 검사를 하지 않겠다는 보호자의 요구로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가 마취사고가 발생해 되레 보호자로부터 소송을 당한 경우다. 의료소송 청구액도 1,200만원 상당에 달했다.
설명과 기록 의무 철저히
다행히 마취 전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보호자에게 설명을 했음에도 보호자가 검사를 거부한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에 의료과실이 없음으로 판결났다.
이 경우를 보더라도 수의사의 설명의무와 기록의무가 의료분쟁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판례가 됐다.
수의사회 한 관계자는 “환자를 치료할 때는 반드시 질병의 증상과 치료방법 및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에 대해 반드시 보호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면서 “설명과 함께 반드시 차트에 기록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의계에도 수의사법 개정안을 통해 수의료분쟁조정위원회 설치안이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수의계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진료행위나 수가에 대한 표준이 아직 없어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것.
수의료분쟁조정위 시기상조?
이미 의료계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있지만 여기도 실효성 측면에서 상황은 비슷하다.
의료기관의 거부율이 높아 접수된 분쟁 건수의 60%나 조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의료인들 입장은 부당한 문제제기라는 것인데, 조정이 시작되면 기록 증빙이나 사유서 제출 등으로 시간적, 행정적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도 조정을 거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하면 민사소송에 들어갈 경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감정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수의계는 인의 쪽과 달리 진료과목이나 진료 프로토콜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분쟁 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진료 표준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앞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동물병원의 의료사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진료 표준화 작업의 선행과 더불어 수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