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칼럼] 수의사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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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수의사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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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36호] 승인 2022.1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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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수의사’라고 검색하면 ‘가축에 생기는 여러 가지 질병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의사’라는 한 하나의 문장이 나온다. 수의사법에는 ‘수의사는 동물의 진료 및 보건과 축산물의 위생 검사에 종사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참 편협하고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가장 흔한 반려동물 및 농장동물의 의사부터 가축방역관(동물검역관), 그리고 원헬스의 한 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관계자 등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매우 다양하게 수의사를 정의한다. 위에서 언급한 현실과 동떨어진 사전적, 법률적 정의와 내부적으로 통일되지 못한 우리 수의사들의 인식은 결국 수의사들의 보편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매우 큰 방해요인이 되고 있다.

수의사들은 우리 스스로가 공유할 만한 보편적 가치를 정의하고 창출해내는 과정을 선제적으로 주도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과거 대부분의 시간 동안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기에 급급하였기에 직능단체로서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수의사’로서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를 정의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영역에서 활동하더라도 수의사가 우리의 사회에서 직능인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 우리 스스로 정의하고, 위에서 언급한 사전적인 정의들과 법률적인 내용들을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학계에서는 원헬스를 주장하지만 우리의 사회에는 아직까지 그 개념이 깊게 스며들지 못하였고 일부 수의사들 조차도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먼저 내부적으로 해당 가치를 공유하여 동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것이 결국 인간의 건강과 연결된다는 개념이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가 되었다면, 그 다음으로 우리는 원헬스의 관점에서 사회적인 수의사의 정의를 재정비하고 치열하게 사회를 설득하여야 하며, 결론적으로는 보건의료인이나 의료인의 법률적 범주에 수의사를 편입시켜야 한다. 

이러한 장기적인 일련의 과정들이 수의사들에게는 매우 필요하다. 이것은 한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미 내년 초 진행될 대한수의사회 회장 선거 관련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일부 예비 후보들은 표면 아래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가 이곳 저곳에서 들려온다. 

필자와 같은 MZ세대(필자는 해당 표현을 매우 좋아하지 않지만) 수의사들에게 ‘투쟁’이나 ‘쟁취’와 같은 단순한 정치적 슬로건은 ‘구태’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며, 수의사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계획이나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수의사의 확장된 역할 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는, 그리고 수의사들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젊은 수의사들의 생각’이라는 주제로 기고문을 시작하였지만 결코 수의사들의 생각이 세대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확신이 든다. 왜냐하면 필자도, 그들도, 우리도 결국 수의사이기 때문이다.

조영광(수의미래연구소) 공동대표
조영광(수의미래연구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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