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도권이냐 시장경제에 맡길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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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도권이냐 시장경제에 맡길것이냐
  • 개원
  • [ 238호] 승인 2022.12.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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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본지 벳채널 플랫폼에서 1시간짜리 웨비나를 진행했다. 이런 강의를 의뢰받기는 처음이라 어떤 내용을 얘기하면 독자들이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치과계 얘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수의계에서 왠 치과계 얘기냐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치과계에서 기자 생활을 오래 한 저로서는 수의계의 현재 모습이 치과계의 지나간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대와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앞서 치과계에서 일어난 변화들이 수의계에도 그대로 일어나리라는 법은 없지만 병원 메카니즘이 같고 개원의들의 관심사가 같으며 제도나 정책적으로 정치권의 규제가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치과계 선례를 통해 수의계의 미래를 예측해보고 그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치과계는 2000년대 ‘임플란트’ 술식이 대중화되면서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았다. 치과 네트워크들이 생겨났고 공동개원과 대형화가 트렌드가 됐다. 그런데 그 당시 일본 치과는 대형화를 거쳐 소형화되고 있었다. 그런 일본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10년 후 모습이라며 치과계도 결국 소형화로 갈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일명 ‘개원시장 10년 주기설’이 있었는데 그때는 설마했지만 정말로 치과계는 대형화를 지나 지금은 소형화 시대를 맞고 있다. 

재미있게도 치과계가 소형화된 지금, 동물병원은 공동개원과 대형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네트워크도 생겼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히려 동물병원은 호황을 맞았다. 반려인구가 늘면서 수의료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치과의사들은 2000년대 임플란트 개당 비용이 300~500만원을 호가하던 시절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러나 그런 호시절도 잠시 ‘저수가 덤핑’을 내세운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치과계는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임플란트 비용이 80만 원까지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치과계가 지난해 의원급으로까지 확대된 비급여 수가 공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의과와 합심해 적극적으로 저지 시위에 나서는 것도 수가 공개가 결국 저수가화를 부추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호황을 누린 동물병원도 당장 내년 1월 4일부터 시작되는 ‘수술·수혈 등 중대진료의 예상 진료비용 고지’와 ‘주요 동물진료업 행위에 대한 진료비용 게시’, 6월 ‘진료비 공개’ 시행을 앞두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저수가화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과계는 저수가 덤핑치과들이 활개를 칠 당시 치과의사협회장 선거와 맞물리면서 치과의사들은 ‘불법 덤핑치과 네트워크 척결’을 앞세운 회장 후보를 선택했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해당 네트워크와 처절한 법적 투쟁과 싸움을 이어갔다. ‘1인 1개소법’을 개정해 법적으로 이들을 옥죄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강경 투쟁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해당 네트워크를 축소시킬 수는 있었지만 자유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저수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비록 수가는 지키지 못했지만 투쟁을 통해 치과계가 요구하는 바를 정부에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비급여 항목의 보험화로 다시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동물병원 진료비 고지 및 게시를 수의사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는 수의계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기점이 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호황기를 맞았던 동물병원들이 그새 가장 냉혹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들이 들려올 정도로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는 점은 내년에 있을 진료비 고시〮게시 의무화를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연하게도 치과계가 덤핑치과 등장으로 시끄러워질 때쯤 치과의사협회장 선거가 있었던 것처럼 수의계도 내달 1월 13일 대수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중요한 기로에 놓인 시점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는 수의계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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