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최근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으로 내놓은 ‘반려동물 내장형 칩 의무화 제도’를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히며 갈팡질팡 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반대 부딪히며 다시 원점으로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반려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대책이 바로 ‘내장형 칩의 일원화’다.
다양한 등록방법을 내장형으로 일원화해 좀 더 강제성을 띰으로써 유기견 발생률을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밝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한 이번 방침이 일부 항의에 부딪히며 논란이 가중되자 바로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약국협회와 동물보호단체 등이 정부가 내장형 칩 일원화를 발표하자 바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동물약국협회의 경우 SNS와 인터넷을 통해 즉각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내장형 칩으로 인한 과다출혈이나 칩이 몸속에서 돌아다니는 등 생물학적인 부작용과 피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방침이라는 주장이다. 또 GPS가 장착돼 있지 않아 반려동물 등록기관에 직접 데려가지 않고서는 유기된 개의 소유주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동물약국협회 반발 나서
동물약국협회의 이 같은 반응은 외장형 칩이나 인식표 부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반려동물 등록제에 슬쩍 발을 담그려 했던 전적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반발이다. 내장형으로 일원화 되면 그들 입장에서는 등록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각 단체마다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어떤 새로운 제도나 정책을 도입하는 데 있어 일부의 반발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이런 부분을 고려해 가능한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다.
하지만 발표하자마자 일부의 반발이 있다고 해서 이들의 의견 수렴 수준도 아니고 제도를 원점으로 돌려 전면 백지화 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문제임과 동시에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애초부터 이렇게 쉽게 물러날 제도를 왜 발표했으며, 바로 논란이 일 정도의 제도라면 이를 결정하는데 있어 충분한 검토와 결정 과정이 있었느냐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내장형 칩으로 일원화 하는 것이 맞느냐 틀리냐가 아니라 유기동물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를 어떻게 효율적인 제도로 만드느냐에 있다.
실효성 높일 방법 모색해야
모 단체 관련 수의사는 “유기동물 수를 줄이겠다는 근본 취지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도를 유리한 방향만으로 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면서 “다소 강제성을 띠더라도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반려동물 등록제를 바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 유기동물 발생 수를 줄이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얼마나 합리적인 제도를 도입해 추진해 나갈 것이냐, 아니면 단체들의 눈치만 보면 입맛만 맞출 것이냐는 정부의 진정성과 의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