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⑧] 스즈메의 문단속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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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⑧] 스즈메의 문단속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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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44호] 승인 2023.03.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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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상처의 기억, 관객이 얻은 것은 영상미와 일본 풍경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리에게는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어지는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앞선 두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 작품이다. 팬데믹 이후 OTT를 통한 드라마의 약진과 달리 극장에서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상영관을 다수 차지하고 있는데 슬램덩크 신드롬 이후 단연 주목을 받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2D 애니메이션에서는 거의 최고 절정에 이른 듯한 극 사실적인 배경 묘사와 빛과 색채의 화려한 사용을 즐기기 위해 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그래서 감독의 재난 3부작은 관람 후 주제의식을 담아오기 보다는 아름다운 빛으로 묘사된 일본의 해당지역을 좀 가봤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실제로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애니메이션의 작화와 실제 현장사진을 비교하는 것, 그리고 그 지역을 성지순례 하듯이 방문하는 것이 유행하는데 이번 작품은 게다가 열도를 북쪽으로 종단하고 있으니 풍광도 전작보다 훨씬 다양하고 아름답다.

스토리는 감독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어떤 인물을 만나 무언가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고 시공을 초월하여 그를 찾고 마침내 큰 어려움이 해결된다는 것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후반부는 다소 느슨해지는데 여기서 느슨해진다는 이야기는 작품의 전개가 절대적으로 느려지거나 한다기보다는 반복되는 이야기에 바로 다음 장면을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감이 없어서 생기는 측면이 더 크다. 또한 감독이 전하려는 이야기는 꽤 묵직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이는 이 영화가 전적으로 동일본대지진을 바로 곁에서 경험한 일본인을 향한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 마치 ‘더 글로리’란 드라마를 보고도 우리와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부분이 다른 것과 유사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열린 ‘뒷문’을 통해 현세에 지진을 유발하는 일종의 악하고 거대한 기운(미미즈라고 표현한다)이 나오고 그 문 너머에는 죽은 자들의 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감독은 대지진과 같은 재해 속에서 이유 없이 죽은 이들의 원한이나 재해지역(그 지역은 방사선 오염지역이기도 했다)의 피난민들이 오히려 사회에서 따돌려지고 이로 인해 생긴 마음의 어두움이 쌓여서 생긴 부정적 에너지를 미미즈라고 묘사하는 듯하다. 주인공 스즈메와 소타는 이 뒷문을 닫을 때 과거 그 지역에 살아있던 사람들의 일상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젠 되돌려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열쇠를 돌려 문을 잠그는데 이는 아마도 원혼을 위로하는 것이리라.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필자는 오히려 뒷문을 봉인하려는 두 주인공의 노력이 한편으로는 죽은 자들이나 따돌림 당한 자들의 한 맺힌 어두운 에너지를 그저 현실에 보이지 않게 막으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문득 그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두 나라의 어려운 외교관계가 함께 연상이 되어 이것이 일본인의 정서인가 싶어 관람 중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느끼는 독특한 감정이리라.

다만 한가지 정신을 번쩍 들게 한 것이라면 바로 이 ‘뒷문’이라는 것이 폐허가 된 건물과 지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소멸되는 지역사회는 지진 등 재해가 일어나도 대체로 방치되기 십상이다. 이를 복구할 재원을 제공할 생산인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폐허 밑 어두운 곳에서 미미즈가 뒷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지방소멸을 똑같이 겪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 같지는 않다 싶어 너무나 일본적이지 않았나 싶었던 감독에 대한 아쉬움을 다소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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