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료기록부 공개 초읽기 들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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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료기록부 공개 초읽기 들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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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46호] 승인 2023.04.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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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최근 권익위원회 제도개선 권고 과제에 ‘반려동물 진료부 열람 및 사본 발급 등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확대’를 포함시킴에 따라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공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실은 총 15개의 국민제안 정책화 과제를 발표하고, 반려동물 보호자의 알권리 보장과 동물진료업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기한도 올해 4분기까지로 명시함으로써 늦어도 4분기에는 수의사법 개정을 통해 보호자 요청 시 반려동물 진료기록을 공개하고 소송 등 필요 시에는 사본 발급이 의무화될 전망이다.

의사와 달리 수의사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가 없어 그동안 정부와 수의계는 진료기록부 제공 의무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여왔다. 지난해 9월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진료분야 주요 정책’을 발표하면서 진료기록부 제공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은 이성만, 홍성국, 정청래, 안병길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4건의 법안이 국회 검토 중이다.

최근 들어 수의료분쟁이 증가하는 추세이다보니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의무 발급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의료 행위 중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보호자들이 수의료사고 분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도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열람 혀용을 추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책을 제기하고 있는데, 수의계 입장에서는 이런 정부의 방침에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우선 동물병원은 메디컬과 달리 진단명과 진료내용 등의 용어가 동물병원마다 다르고 표준화된 기록 체계가 없다. 또한 의료용어부터 치료방법과 기록법 등이 표준화돼 있는 의료처럼 수의료에는 표준화된 기록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와 똑같이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처럼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료기록만 오픈된다면 보호자들의 혼란만 가중될 뿐만 아니라 진료기록에 표기된 증상과 병명에 사용되는 약품과 진료방법이 온라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될 경우 동물약품의 오남용은 물론 자가진료의 가능성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진료기록부 공개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도 이런 부작용을 인지하고 진료기록부 제공을 동물 의료사고 확인을 위한 목적으로만 제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런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수의사처방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사용 항생제와 백신을 제외한 처방대상 약을 수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 등에서 유통되는 현실에서 대통령실이 ‘복약정보’를 포함한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라는 건 동물병원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한수의사회가 약사 예외조항 철폐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의계는 수의사처방제의 올바른 정착과 약사 예외조항 철폐, 동물진료 표준화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진료기록부 공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주장이 관철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대통령실까지 진료기록부 공개 의무화 추진 계획을 밝힌 만큼 수의계의 현실적인 대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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