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수의대 최초 동물보건학과 신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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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내 수의대 최초 동물보건학과 신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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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48호] 승인 2023.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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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수의대 전경.
충북대 수의대 전경.

국내 수의과대학 최초로 ‘동물보건학과’가 신설된다. 최근 충북대 수의대가 동물보건학과를 신설한다고 밝힘에 따라 처음으로 수의과대학 내 4년제 과정의 동물보건학과가 생기게 된다. 충북대는 내년도 일반대학 정원 배정을 통해 교육부로부터 바이오 분야 70명의 신규 학생정원을 확보하고 ‘바이오헬스학부’를 신설하기로 결정, 의과대학 바이오헬스케어학과, 바이오헬스공유대학 바이오헬스산업공유학과 및 수의과대학 동물보건학과 3개 전공을 구성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충북대 측은 “동물보건학과 개설을 통해 동물의료 분야 첨단바이오 기술 전문가 배출과 동물보건사, 동물방역사, 실험동물기술사 등 전문기술인을 양성하겠다”면서 “최근 수의대 졸업생의 진로가 임상분야로 편중돼 있어 기초 및 예방분야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만큼 동물보건학과 신설을 통해 전문인력 양성과 수의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졸업 후 성적우수자에 대해서는 수의학과 및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는 트랙도 계획 중”이라고도 밝혔다.

이 같은 충북대의 입장 발표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수의과대학 내 동물보건학과가 신설되면 수의학과 학생들과 같은 교수들로부터 강의를 듣게 될 것이고, 졸업 후 수의학과와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는 트랙까지 계획하고 있다니 동물보건학과 입학을 통해 쉽게 수의사가 될 수 있는 길까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또한 기초 및 예방분야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동물보건학과 출신들을 기초와 예방분야 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학과 신설의 타당성을 위한 명분일 뿐 실제로 동물보건학과 출신들이 기초나 예방 인력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것은 미지수다. 

동물보건학과를 입학하면 수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데 누가 동물보건사가 되려고 동물보건학과를 지원할 것이며, 결국 수의사가 되기 위해 좀 더 쉬운 길을 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기초와 예방분야 인력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해도 결국 동물보건사나 수의사가 되면 임상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다.

치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치과에는 동물보건사에 해당하는 치과위생사가 있는데, 2년 과정의 치과위생학과만 있던 시절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이 4년제 치과위생학과를 처음 신설하면서 논란이 됐다. 치과위생사에게 학사학위를 부여하면 급여 부담은 물론 그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2002년에 개설했으니 20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4년제 치과위생학과만 28개에 달한다. 2022년 기준 입학정원만 총 1,235명이다. 연세대는 치과위생학과 개설에 이어 2007년에 대학원 치위생학 석사과정을 최초로 개설하고, 2017년에는 박사 과정까지 개설했다. 4년제 치과위생학과가 처음 생겼을 때는 거부감이 컸지만 치과위생사들이 치과 경영 개선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치과위생사의 학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의계도 이런 의료시장의 흐름을 감안한다면 충북대를 시작으로 수의대들의 동물보건학과 개설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4년제 동물보건학과 출신들이 수의사로 진출할 것이라는 우려는 있지만 이처럼 전문화된 교육을 받은 인력을 활용해 동물병원 파이를 키울 수 있다면 우려보다는 고급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수의과대학들도 동물보건학과에 수의학과 진학 기회 제공이라는 당근 제시보다는 학과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양질의 동물보건사를 배출함으로써 수의계와 윈윈할 수 있는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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