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칼럼] 동물원 대신 생츄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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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동물원 대신 생츄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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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51호] 승인 2023.07.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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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31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어린이대공원 측에서는 부모를 잃은 세로의 일탈행동이라고 전했지만, 동물원 관계자들은 ‘불충분한 환경의 문제로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 사건을 발단으로 동물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지금이 동물원의 운영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돌아볼 적기라고 생각된다.

1980년대 한국에서는 유행처럼 지역마다 공영동물원이 설립되었다. 그 당시 동물원 관련 설계나 공사의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동물원은 동물의 복지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구조물들로 채워졌다. 

각 개체별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육장을 만들다 보니 동물들의 체중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지 못하는 시멘트 바닥이 이용됐고, 야생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서 많은 동물들이 생활하게 됐다. 숨을 곳도 없는 공간에서 관람객과 가깝게 마주해야 했다. 이런 모든 비이상적인 상황들이 동물들의 정형행동을 유발했고, 삶의 질에 영향을 미쳤다. 

조금씩 동물권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생기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여 쉽게 행하여 지지 못하고 있어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더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 중심이 아닌 동물 중심으로의 생각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 

동물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야생동물 등을 보전, 증식하거나 그 생태, 습식을 조사 연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전시 교육을 통해 야생 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애당초 인간의 욕망 충족을 위해 시작된 시설인 만큼 동물이 사람의 목적에 맞게 이용되어 왔다. 여기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어야 진정한 동물을 위한 움직임이 가능해진다. 

이제는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의 삶을 소비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동물이 중심이 되는,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을 평생 보호하는 시설인 생츄어리로의 단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문제를 접할 때마다 “동물원을 가지 말아야겠다”라는 결론보다, 동물원에 보기 싫은 걸 보기 위해 가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할 지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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