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칼럼①] 간호법과 수의사
상태바
[수의사 칼럼①] 간호법과 수의사
  • 개원
  • [ 253호] 승인 2023.08.14 0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자격과 업무, 업무 환경 개선, 인력 양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독립된 법안으로 국회 재표결을 통과하지 못하며 결국 폐기됐다. 의사-간호사처럼 수의사-동물보건사 관계도 비슷하다. 간호사가 의료법에 따라 의사 등의 지도하에 의료 행위를 보조하는 것으로 한정된 것처럼 동물보건사 역시 수의사 없이 독자적으로 진료나 처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의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다. 바로 충북대 수의대가 국내 수의대 최초로 동물보건학과를 만들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주목했던 건 ‘수의학과 편입 시 해당 동물보건학과 출신에게 가산점 제공 가능’이다. 1, 2점 차이로 가르는 편입 전형에서 가산점은 크기 때문에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동물보건학과를 만드는 목적 중 하나로 비임상(기초/예방) 대학원의 원활한 인력 수급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 국립대 4년제 동물보건학과를 졸업한 초기 졸업생들이 과연 모두가 동물병원으로 갈까? 일부 뜻이 있는 학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고 단순히 회사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동물보건학과 교수를 목표로 박사과정까지 밟을 확률이 높다.

지금 동물보건사대학교육협회는 초기지만 갈수록 동물보건학과 출신들이 많아질 것이고, 결국 간호대처럼 동물보건학과 교수 역시 대부분 동물보건사 출신일 확률이 높다. 그만큼 대중에 주장할 수 있는 스피커의 크기가 더 커지고 간호법처럼 처우 개선 및 업무 확대를 이유로 수의사와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Vet Technician과 Vet Assistant로 나뉘는데, 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보건사와 비슷하게 수의사나 Vet Technician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Vet Technician의 경우 진단, 처방, 수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활동을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 둘 간의 갈등이 없었을까? 2018년에 나온 한 논문에 의하면, 임상 케이스를 어떤 방식으로 치료해야 하는 게 가장 맞는지에 대한 수의사와 비수의사간의 의견 충돌이 아예 없었던 경우가 14.12%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전문의제도도 잘 정착되어 있고 수의사의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이 확실히 명시가 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문의제도가 없어 점점 수의사의 업무를 다른 직업으로 뺏기는 중이다. 간호법의 경우 의사협회뿐만 아니라 많은 의료계열 직업들이 반대했고,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통과되지 않았다. 만약 동물보건사법이 추진된다면 과연 국민들은 수의사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까?

충북대 동물보건학과는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웬만하면 신설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수의대생들과 수의사들이 반대 여론을 내고 있음에도 충북대 수의대 학생회와 수의사회에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대 수의대 전과 제도가 논란이 되었을 때와 다소 비교되는 모습이다.

동물보건사는 수의사에게 필수적인 존재다. 이 둘이 협업하면서 좋은 서비스를 보호자들에게 제공하면 좋겠지만 간호법의 사례처럼 여러 이야기가 나오면서 언젠가는 갈등을 빚을 확률이 높다. 만약 이게 현실이 된다면 간호법으로 벌어진 갈등을 선례로 삼아 동물의료 공백이 최소화 되길 바란다.

수의미래연구소 [벳톡]
vetfi.org에서 전체 원문 읽기 가능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클리닉 탐방] 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