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⑩] 오펜하이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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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⑩] 오펜하이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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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54호] 승인 2023.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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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로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의 욕망에 대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오펜하이머’는 주연 킬리언 머피가 원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로 머피는 배트맨 시리즈, 인셉션, 덩케르크를 비롯 여러 영화에서 조연으로 인상적인 역할을 한 배우이나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는데 마침내 이번 작품에서 주연으로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언급한 출연 영화 모두 놀란이 감독한 작품이다.

영화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다룬 책의 내용 중 세가지 시간 대를 번갈아 보여주며 진행된다. 이는 덩케르크에서 감독이 써먹던 편집기법과 유사하다. 영화에서 주로 보여지는 시간대는 그의 학창 시절부터 원자폭탄을 만드는 맨하탄 프로젝트의 완결까지를 보여주는 시간대인데 이는 1954년에 이뤄진 오펜하이머의 청문회에서 그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과 번갈아 보여진다. 이 두 시간대는 모두 오펜하이머 1인칭 시점에서 영화가 전개된다. 또 다른 하나의 시간대는 1959년에 이뤄진 그의 정적 루이스 스트라우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장관 임명 청문회로 이와 관련한 장면은 대체로 흑백으로 보여지는데 흑백으로 처리한 부분은 모두 스트라우스의 시각을 반영한다. 나중에 보면 앞서 나온 동일한 장면이 컬러로 다시 나오는데 이는 동일한 사안에 대한 오펜하이머의 관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영화의 내용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그가 과학자로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고민 내지는 욕망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대체로 과학자라고 하면 아인슈타인과 같은 아웃사이더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정말 아인슈타인 정도면 모를까 대체로 과학자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 위치에 올라가면 행정도 해야 하고 사람도 잘 다루고 서로 이견이 심하고 자존심 센 후배 과학자들도 조율해야 하고 계속 그 프로젝트를 유지하려면 정치인과 대중도 설득해야 하고 자신의 성과가 자신의 손을 떠났을 때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 지에 대한 고민과 소신도 있어야 하는데 오펜하이머는 영화에서 이를 모두 보여준다.  기껏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나중에 더 나가면 안되겠다 싶어 소신을 지켰을 때 하필 매카시 열풍이 불어 사생활까지 털리며 곤욕을 치르는 모습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과학자들도 한번쯤 생각해 볼 장면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라미 말렉, 조쉬 하트넷, 게리 올드먼, 케이시 애플렉 등 주연급 탑 배우들이 모두 킬리언 머피를 위한 조연을 마다하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다. 누구 하나 튀는 사람이 없고 놀란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자기 역할을 액센트까지 맞춰가며 극의 흐름을 잘 살려낸다. 특히 오펜하이머의 연인이자 공산당원이었던 진 태틀록 역할을 한 플로렌스 퓨는 아주 짧게 나오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박찬욱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BBC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의 주인공이었던 플로렌스에 대해 나이에 비해 무척 성숙한 훌륭한 배우라고 했던 건 그냥 한 말이 아니다.

원폭이라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원폭 피해자 일본에 대한 연민 등 한국인에게 좀 불편한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싶으나 오히려 그 때의 시대상에 대한 고증이 철저하다 보니 그런 염려는 기우였다. 다만 당시 역사적 상황이나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극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으니 관람 전에 오펜하이머라는 인물 또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책에 대한 내용을 조금 알고 가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굳이 한가지 흠이 있다면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감독의 전작들처럼 이번에도 좀 과했다. 영화는 접근이 가능하다면 IMAX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놀란 감독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IMAX 영사기로 필름 촬영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IMAX 영사 비율로 촬영한 영화를 일반 상영관에서 보면 실제 영사기로 담은 화면 전체를 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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