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칼럼 ③] 국가보훈부와 동물청
상태바
[수의사 칼럼 ③] 국가보훈부와 동물청
  • 개원
  • [ 257호] 승인 2023.10.1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의사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부’로서 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통할 하에 고유의 국가행정 사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하는 행정기관이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신설된 재외동포청이나 코로나19 시절 ‘본부’에서 승격된 질병관리청의 경우 행정각부의 소관 사무 중 업무의 독자성이 높고 집행적인 사무를 독자적으로 관장하는 ‘청’에 해당된다.

수의사 국가시험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중앙행정기관에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못하는 ‘부’ 아래에 있는 조직이다. 2022년 3월 기준, 검역본부에는 수의직과 연구직을 포함해 약 380명의 수의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약 180명 정도의 수의사가 근무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의사가 많은 이유는 2013년 정부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식약청을 장관급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로 확대 개편했는데,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 소관이던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식약처로 넘어가게 되면서 유통·소비단계는 물론 생산단계 안전관리 업무까지 식약처로 이관돼 당시 검역본부 소속 수의사 공무원 상당수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소속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현재 동물의 종에 따라 해당 동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다르다. 대표적인 예시로 길고양이는 농식품부에 해당되지만 들고양이는 환경부에 해당된다. 따라서 허주형(대한수의사회) 회장과 김재영(국경없는수의사회) 대표 등 오피니언 리더인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동물청을 농식품부의 외청 형태로 검역본부를 승격시키면서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동물병원에 MRI가 몇 대 있는지도 모르는 대한민국 정부의 현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 검역본부는 사람 의료에 존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등의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독립된 외청인 동물청이 필요하다.

동물의료기관 분류 업무를 담당할 정부부처가 존재하지 않으며, 수의사 국가시험을 공개하고 실기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차고 넘치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공무원은 0.5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동물청으로 승격 시 앞서 언급한 대로 예산권과 인사권이 자유로워 동물의료와 복지, 방역 등이 전문가의 눈높이에서 알맞게 정책의 수립이 가능하다. 현재 동물의료와 복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정책국-동물복지환경정책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방역은 ‘방역정책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동물청의 미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환경부와 같은 부처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때 질병관리본부에서 승격된 질병관리청이 적절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1963년 국립방역연구소, 국립화학연구소, 보건요원양성소, 국립생약시험소가 국립보건원으로 통합되고, 1966년 국립보건연구원으로 개칭되면서 보건, 질병 연구기관의 기틀이 만들어졌다. 1981년 국립보건원으로 개칭되고, 1999년 전염병관리부가 신설됐지만 감염병 대응을 위한 확대 개편은 2004년에 이뤄졌다. 2003년 SARS 사건 이후 질병관리‘본부’의 필요성이 언급됐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모델로 질병관리본부(KCDC)가 설립됐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정부의 방역 역량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면서 2020년 9월 12일에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됐다.

현재 검역본부에서 식물검역의 업무를 떼어내고 동물의료, 동물복지, 동물방역, 축산물위생, 공중보건 등 흩어져있는 업무를 모아 ‘동물청’으로 승격해야 한다. 이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보건복지부에서 독립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된 것처럼 ‘동물처’까지도 바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업무가 더 명확해진다면 미래에는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가 된 것처럼 ‘부’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 vetfi.org에서 전체 원문 읽기 가능, 수의미래연구소 [벳톡]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클리닉 탐방] 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