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⑪] 거미집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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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⑪] 거미집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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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58호] 승인 2023.10.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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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와 어색함의 사이 어딘가

영화 ‘반칙왕’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과 ‘악마를 보았다’에서 그 만의 특징을 보여주며 꾸준히 수장으로 인정을 받다가 강동원이 주연한 일본 만화가 원작인 ‘인랑’에서 혹평을 받으며 다소 존재감이 약해진 중견(이젠 중견보단 노장일까?) 감독이다. 

이번 추석에 그가 내놓았던 신작 ‘거미집’은 반칙왕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송강호(김열 감독 역)가 주연인 영화로 주인공의 직업이 영화감독이며, 내용 자체가 70년대를 배경으로 김영 감독이 ‘거미집’이라는 영화를 자신의 뜻대로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블랙코메디로 꾸민 작품이다. 즉, 거미집은 이 영화의 제목인 동시에 영화 속에서 김열 감독이 만드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실 주인공 이름 자체가 윤여정 배우가 주연했던 영화로 유명한 ‘화녀’의 김기영 감독을 연상케 하는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몇몇 에피소드들 또한 과거 김기영 감독을 좋게 이야기하면 오마주, 나쁘게 이야기하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야기가 녹아있다. 심지어 감독이 앉는 의자에 붙여있는 김열이라는 이름도 중간에 마치 한 글자가 빠진 듯 큰 여백을 두고 김과 열이 떨어져 있어 다분히 김기영 감독을 연상하게 하려는 의도적인 설정으로 제작사와 감독은 김기영 감독의 유족과의 분쟁 시 김기영 감독 한 명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는데 영화를 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 생각한다. 김열은 당시 이뤄진 영화 검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는 물론 송강호가 원 톱 주연으로 이끌어가며 여러 명의 주연급 조연이 충실하게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남자배우로는 얼마 전 드라마 ‘악귀’에서 인상적이었던 오정세 배우가 송강호와 함께 열연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존재감은 떨어지며 나머지 남자배우들은 우정출연 내지는 까메오 수준이라 연기 자체를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주연배우 송강호를 제외하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원로배우를 상징하는 박정수, 관록 있는 중견배우로 나오는 임수정,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배우로 분한 정수정(그룹 f(x)의 크리스탈) 모두 정말 연기도 잘 하는 배우들이지만 감독이 이들을 적절히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수정은 꾸준히 자신의 필모를 잘 쌓아가는 배우인 것 같다. 영화 속 영화인 거미집은 흑백으로, 촬영현장이 배경인 현재 장면은 컬러로 묘사되는데 과거 영화는 흑백장면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배우들 대사 톤 또한 당시 영화에서 쓰이는 대사 톤을 활용한 것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다. 극장 개봉에서 일반 관객들에겐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듯하다. 주연배우나 감독의 명성에 비해 흥행성적은 매우 초라하였는데 임시공휴일로 인해 연휴가 길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이기는 하지만 골수 영화인이 아니라면 한국의 역사적 배경이나 정서를 이해해야 수용 가능한 부분이 많아서 최근의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인기와 달리 해외관객들에게 보편적 공감과 호평 받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럼에도 중견 국내 영화평론가를 중심으로 한 영화관계자들에는 무척 평가가 좋은데 지금은 상상도 못할 과거 영화검열이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 또는 시대를 불문하고 실제 영화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관계자들이라면 동의할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시대적 고증도 비교적 충실한데 그렇기 때문에 과거 70년대 영화를 잘 모르는 요즘 세대에게는 어색함이 더 클 것 같기도 하다. 필자는 영화인은 아니지만 유쾌하고 나름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 여기며 잘 감상하였고 명절 연휴에 즐거운 시간을 준 영화였다. 이미 극장에서는 보기 어려워졌을 것 같은데 OTT로 공개되면 꼭 한번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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