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⑫] 『어쩌다 숲』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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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⑫] 『어쩌다 숲』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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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60호] 승인 2023.11.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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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산타바버라캠퍼스의 환경학 교수인 한 피터 알레고나가 최근에 쓴 이 책(원제: The Accidental Ecosystem)은 부제에 써 있듯이 인간에 의해 형성된 도시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사는 동물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류의 농업생산성이 극대화되면서 전 세계의 60%에 가까운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있고,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산업국가들은 80~90%의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살며 거의 모든 시간을 그 도시 안에 갇혀 살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쉽게 접하는 ‘동물’에 속하는 생명체들은 기껏해야 반려동물 아니면 유해조수나 곤충들이다. 그래서 소위 ‘야생동물’이라고 규정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일상에서 아주 먼 곳에 있거나 화면으로만 접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책은 우리를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데 인간을 그저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당, 동물을 마냥 피해자로 그리는 이분법을 지양한다. 비록 우리 인간이 그동안 산업화를 통해 다른 생명체의 서식지를 지속적으로 파괴해온 것은 사실이지만(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자연을 그리워하기에 도시 속에 다양한 형태의 공원과 호수 등을 거주지 주변에 배치해 자연을 가까이 즐길 수 있게 만듦으로써 근대 산업화 초기보다 오히려 현대문명 속의 도시가 더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사람에게 쫓겨났던 다양한 동물들을 다시 도시 근처로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들에 의해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되는 도심 속 공원이야 말로 서로 공존할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서식지가 된다. 저자는 바로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 장을 살펴보면 혹등고래부터 다람쥐, 사슴, 흑곰, 코요테와 박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미국의 도시와 도시 근교에서 접할 수 있는 야생동물 및 이들과 공존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는데, 무조건적인 야생의 환경보존에 대한 주장 보다는 어떻게 사람과 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공존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 및 통찰력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도심 공원이나 근교 주택가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이를 쉽게 구하는 흑곰을 위해 인간의 음식 또는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다양한 장치와 계몽을 통해 그들이 다시 야생에서 먹이를 구하는 습성을 되찾게 해 준 사례를 소개하며 공존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늑대가 사라진 환경에서 도시에 적응한 코요테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멧돼지로 동물종만 그대로 바꾸면 우리가 쉽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팬데믹 이후에 쓰여진 책이라 박쥐에 관한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박쥐의 특별한 생리학적 특성 및 의도치 않은 인간과의 서식지 공존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인수공통감염병의 발병 가능성에 대해 박쥐 탓을 하기 보다 기후변화 및 공장식 축산에 따라 인류가 감수해야 할 대가를 상기하도록 해준다. 물론 야생동물에 관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거대 산업화 된 축산업으로 인해 사람 눈에 띄지 않게 도시에서 멀리 쫓겨난 가축부터 사람만큼 도시에 온전히 적응하며 살고 있는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사람 외의 동물을 도심 속에서 매일 접하는 수의사가 한번쯤 꼭 읽으면 좋은 책이며 환주를 위해 동물병원에 비치해 두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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