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칼럼 ➄] 동물약 약사예외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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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➄] 동물약 약사예외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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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61호] 승인 2023.12.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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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약 약사예외조항은 1999년부터 시행된 약사법 제85조 ‘동물용의약품 등에 특례’ 조항으로 동물약국이 주사용 항생제 등 일부를 제외하고 수의사 처방 없이 동물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오히려 대한수의사회(이하 대수회)에서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의사처방제 도입 과정에서 약사회가 ‘완전한 동물의약분업’ 혹은 ‘수의사 처방제에서 약국 제외’ 이 두 가지만 수용하겠다고 주장해 결국 약국에서는 주사용 항생제 및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만 포함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약품을 6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고, 최근에는 수산용 동물약품도 처방대상이 확대돼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약사예외조항이 있는 한 수의사처방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약사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물약 약사예외조항에 대해 수의사회는 ‘동물의 전문가는 수의사이므로 내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물약을 처방 없이 구입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고, 약사회는 ‘약의 전문가는 약사고 무엇보다 인체용의약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동물병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약사회는 동물병원 내 인체용의약품의 사용이 과도하게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동물병원에 판매한 인체용의약품의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약사 출신 서영석 의원은 약사가 판매할 때도 전산 보고하고,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하며 인체약을 쓸 때마다 전산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수회는 이 법안에 반대하며 약국이 아닌 도매상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3월에는 규제심판부에서 농식품부에 인체제약회사 내 생산시설에서 반려동물약품도 제조할 수 있도록 권고한 바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동일 성분이지만 인체용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약국에서 구입해야 했는데 반려동물용 약품으로 출시하면 약품 수급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약사예외조항이 있어 동물약국에 동물약을 유통하면 동물약국을 이용하는 보호자의 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를 제외한 조사국가 모두 동물이 심각한 고통을 겪거나 동물용의약품으로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만 수의사가 동물에 인체용의약품을 처방 및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의 48%가 이미 같은 분류의 동물용의약품이 존재하고 있어 인체용의약품 사용 비중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의약 분업 시행 시 사람의 의약분업과 동일하게 동물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수의사처방의약품으로 구분하고, 수의사처방의약품은 원외 처방전에 따라 조제 및 판매를,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 약사에 의해 직접 판매가 가능하게 된다.

만약 동물 의약분업이 논의된다면 약사회에서는 의약분업 때와 비슷한 논리를 펼치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의사의 처방을 약의 전문가인 약사가 한 번 더 검토함으로써 항생제의 오남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의약분업 찬성의 근거였는데 실제 약대에서는 동물약을 비중 있게 배우지 않는다. 실제 SKY 중 한 약대 커리큘럼에 따르면, 동물용의약품학은 전체 225학점 중 2학점으로 0.01%도 되지 않는다.

의사단체에서는 지난해 현재의 강제완전의약분업을 선택분업으로 전환하자는 성명을 여러 단체에서 발표한 바 있다. 선택분업은 의약분업 이전처럼 환자가 병원에서 약을 조제 받을지 또는 지금처럼 약국에서 조제 받을지 선택하는 제도인데 조제의 자동화시스템이 충분히 이뤄졌고 일본에서는 실제로 시행 중으로 약국에서는 복약지도는 매우 철저히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물병원도 부분적 선택분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인체용의약품도 처방전을 발행해 보호자들이 처방전만으로도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병원에서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하게 될 경우 처방전 발행 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동물약 약사예외조항은 계속해서 수의사회와 약사회가 대립할 주제다. 최근에는 동물보호자와 동물약국 개설자가 농식품부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 소원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주사용 제제는 동물의 특성 및 예방접종 시기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수의사회에서는 동물약 약사예외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물약 약사예외조항 철폐가 통과된다면 수의사 처방제를 뛰어넘는 수의계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업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해당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약사언론에서는 약사예외조항이 철폐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약사예외조항 철폐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는 수의사회의 행동은 긍정적이지만 만약 기각될 경우 법적으로 따질 수단이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호자들 역시 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 올바른 약품을 투여하는 게 올바른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제3자가 보기에는 의대 정원 증원 논란처럼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만약 거부할 수 없는 미래가 온다면 수의사처방제 도입 과정에서 지금의 약사예외조항을 만든 것처럼 줄 건 주되 우리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의사회가 임상의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선의 결과를 내길 바라본다.
※ vetfi.org에서 전체 원문 읽기 가능, 수의미래연구소 [벳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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