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⑫] 너와 나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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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⑫] 너와 나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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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62호] 승인 2023.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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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가 되어 나의 마음을 절절하게 전하는 이야기

영화는 직접적으로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지만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장소와 시간적 배경은 안산의 어느 고등학교 수학여행 전날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고 수학여행 장소는 제주도이다. 

감독은 이렇게 우리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는 그 날을 차분하게 끄집어낸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그 사건을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내용은 온전히 서로 풋풋한 사랑을 막 시작한 두 여학생이 오해와 질투의 감정을 극복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영화는 화면 톤부터 매우 몽환적이다. 처음엔 90년대 일본영화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감독의 의도는 분명하다. 대체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데 사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너는 나이고 나는 너이며,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었으면 하는 그런 이야기다. 신카이 마코토가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일본인의 마음을 위로하였다면 조현철은 이 작품으로 한국인의 마음을 위로한다. 

 수학여행 전날 교실에서 절친인 하은(김시은)과 관련된 좋지 않은 꿈을 꾼 세미(박혜수)는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수학여행을 함께 가지 못하는 하은에게 함께 수학여행을 가자고 조르며 함께 갈 방법을 찾아 좌충우돌한다. 영화는 이 하루에 일어나는 사건들과 세미의 꿈이 교차하면서 세미의 관점, 그러나 결국 하은의 경험이 되는 이야기를 통해 두 소녀가 서로 알면서도 숨겨왔던 감정들을 터뜨리면서 또한 우리가 결국 마주해야만 하는 바로 그날의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좀 다르다. 전반은 오롯이 두 소녀의 오해, 질투, 서운함, 불안함, 자책 등 세미를 통해 다양한 감정들이 하은과의 관계에서 교차한다. 그리고 마냥 상큼한 어느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반복되는 그 꿈은 이후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영화는 너와 내가 꿈 속에서 뒤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서로 정말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사랑을 고백한다. 그런데 그 고백하는 사람이 나인지 너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실 결말을 알고 있다. 그 날 학생들이 제주도에 가지 못했다는 것을. 이야기는 수학여행 전날로 끝나기 때문에 감독은 그것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꿈에서 모두는 제주도에 가 있다. 그리고 나오는 여러 상징들과 대화는 가슴을 너무 먹먹하게 한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렸다 찾은 사람, 온전히 떠나 보내어 여전히 슬픔에 갇힌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주인을 잃고 함께 폐가에 갇혀 뭔가 실제 세상과 떨어져 있는 듯한 진돗개 무리 중 한 마리를 주인에게 찾아주는 에피소드로 표현된다(하필 진도 앞바다를 연상하는 진돗개가 조연 중 하나다). 

이 때부터 필자는 감정이 북받쳐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영화를 봤다. 감독은 우리가 그날의 슬픔과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아픔을 승화하고 남은 자를 위로해야 할 지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관객은 이를 쉽게 알아채고 공감할 수 있다. 물론 두 주인공 세미와 하은을 각각 맡은 박혜수와 김시은 배우의 감정선 풍부한 노련한 연기가 없었다면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진 못했을 것이다. 올해 극장에서 한국영화 꼭 한편 보고 싶다고 하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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