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의계는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자가진료를 부추긴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가장 컸는데, 당시만 해도 자가진료가 횡행하고 법적으로도 보호 받지 못하던 때라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진료방법이나 술식을 알려주면 보호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고 직접 진료할 것이라는 일종의 피해의식 같은 것이었다.
때문에 보호자 세미나의 필요성을 느끼는 동물병원들은 암암리에 주변 지역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조용히 세미나를 진행하며 홍보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고, 행여 다른 병원들이 알게 되면 세미나를 중지하거나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호자 세미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임상의들은 물론 대학 교수들까지 보호자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에게 질환 정보나 진료 방법을 교육하면 이해도가 높아져 수의사가 진료를 설명하는데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치료 동의율도 높일 수 있다. 또 보호자들은 자기 아이의 문제를 빨리 캐치해 심각성을 인지함으로써 병원 방문이 늘어나는 현상을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많은 수의사들이 보호자 세미나가 중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호자 세미나의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인 반려동물 상식에서 벗어나 중증질환이나 고난도 수술까지 심도 싶은 내용으로 심화되고 있다.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나 기회들이 많아지면서 좀 더 전문적인 임상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보호자들이 많아졌고, 이런 니즈에 맞춰 수의사들이 제공해야 하는 정보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물병원의 진료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동시에 동물병원과 보호자 간의 신뢰와 소통의 창구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반려동물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이 되고 있다.
지난달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처음으로 보호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충북 오송에서 ‘단백소실성 장병증과 심장약, V-Clamp 수술’이라는 고난도 중증질환과 심장 수술을 주제로 한 세미나였음에도 전국 각지에서 등록한 보호자들이 100% 참석하는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세미나장 열기도 뜨거웠다. 평소 궁금했고 어려웠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줌으로써 보호자들은 아이의 증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믿고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수의영양학회도 학회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수의사 세미나와 동시에 보호자 세미나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반려동물 영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의영양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수의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런 수의영양학회의 행보는 다른 학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요즘 보호자들은 자기 아이의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다닌다. 동물병원도 임상분야별로 전문화되고 특정 고난도 수술에 대한 성공률을 홍보하면서 보호자들이 전문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보호자 교육은 더욱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질환에 대한 개념과 진료방법등을 제대로 알린다면 동물병원 내원과 치료 동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반려동물은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음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오랫동안 보호자들과 누리게 될 것이다.
앞으로 보호자 세미나는 동물병원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성화 시켜서 가능한 많은 보호자들이 정확한 수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