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병원의 진료비 게시 의무부터 진료기록부 공개까지 동물병원의 정보 공개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 의무는 지난해 1월 5일부터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올해 1월 5일부터는 1인 이상으로 전체 동물병원으로 확대됐다.
게시 항목도 초·재진찰료, 입원비, 백신접종비, 엑스선 촬영 및 판독료 등 총 12개 항목에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보호자들의 진료 선택권을 증대시킨다는 명분으로 기존 게시항목 12개에 8종을 추가해 총 20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했다.
이번에 정부가 고시 제정한 추가 항목에는 CT와 MRI 촬영료를 비롯해 초음파, 혈액화학, 전해질 검사비와 심장사상충, 외부기생충 예방비 등이 포함됐다. 다만 추가 항목에 대한 비용 산정 등 동물병원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시행은 내년 1월 1일부터다.
진료비 의무 게시 항목 확대뿐만 아니라 진료기록부 공개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반려동물 진료기록부 공개를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총 7건이나 발의됐으나 폐기된 바 있다. 이번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동물병원 진료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벌써 두 번째 발의됐다. 보호자의 요청 시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사본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진료비 게시든 진료기록부 공개이든 동물의료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를 내세우며 동물의료의 질을 높이고 동물복지 향상을 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수의사처방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동물용의약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진료기록부를 공개할 경우 약물 오남용은 물론 자가진료를 부추겨 동물은 물론 국민의 건강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엄연히 사람와 동물의 의료는 분명히 차이가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사람의료와 같은 잣대로 동물의료에도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데에 수의계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반면 동물병원에 대한 정부와 보호자들의 불신의 시선 때문에 제도 시행 여부와 상관 없이 오히려 먼저 모든 것을 오픈하는 동물병원도 있다.
동물병원이 자발적으로 검사 결과와 경과를 보호자에게 보내주는가 하면 오픈형 수술실을 설치해 보호자에게 수술 과정 전체를 보여주며 애초에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자 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수술 참관을 못하는 보호자를 위해 수술 현장을 영상과 사진으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으며, 경쟁력 있는 진료비 책정을 통해 자체 서비스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들도 보이고 있다.
의료계의 경우 정부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적극 반대했지만 의무에서 제외된 동물병원은 오히려 직접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수술실의 CCTV 설치는 분쟁이 생겼을 때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있고 정당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어 일종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CCTV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견되거나 불필요한 갈등과 분쟁을 유발할 수도 있어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처럼 정부의 제도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동물병원들의 정보 공개 노력은 보호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수의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할 수도 있어 수의계의 현실적인 의견이 반영된 법적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필요하다. 동물병원 자체적으로도 운영에 필요한 최선의 보호 장치는 필수다.
정보 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와 병원 운영의 효율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며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에게 효과적인 정보 공유가 될지 고민해야 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