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일 원장 칼럼] 동물병원에서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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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일 원장 칼럼] 동물병원에서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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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84호] 승인 2024.11.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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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푸드 표시기준에 처방식 포함하라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펫푸드 표시기준 제도 개정안’은 반려동물 사료의 품질과 안전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변화입니다. 

기존에 가축용 사료와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되어 오던 반려동물 사료를 독립적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영양 표준을 마련함으로써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개와 고양이 등 특정 질환을 가진 반려동물을 위한 처방식 사료의 별도 카테고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현재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처방식 사료가 간식과 동일하게 ‘기타 반려동물 사료’로 분류될 예정입니다. 이는 ‘처방식 사료’가 간식처럼 오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장 질환이 있는 개나 고양이를 위해 처방된 저단백 사료가 일반 사료나 간식과 혼동될 경우 보호자가 사료를 선택할 때 혼란을 겪거나 잘못된 급여로 인해 반려동물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질병을 관리하기 위해 급여되는 처방식 사료는 주식처럼 반려동물의 유일한 영양 공급원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를 일반 간식과 동일한 카테고리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분류라 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맞춤형 사료는 반려동물의 복지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처방식 사료는 반려동물의 질병에 맞는 영양소를 제공하고, 제한해야 할 성분은 배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건강을 위해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올바르게 급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분류 방식에서는 보호자들이 이러한 처방식을 단순한 간식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오히려 해칠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기준 하에서는 국내 펫푸드 수출업체들이 처방식을 해외 시장에 내놓을 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에서는 PARNUTs(특별한 영양학적 목적을 위한 사료)와 같은 법적 장치가 있어 질환 관리에 필요한 영양 기준을 준수하는 제품만 ‘질환관리용 사료’로 인정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처방식 사료가 간식과 동일하게 ‘기타 반려동물 사료’로 분류되면서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의 펫푸드 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낮게 평가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펫푸드 표시기준 제도는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 펫푸드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수의사 등 펫푸드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설립을 통해 처방식 사료의 검증 및 법제화를 지원하고, 해외에서 검증된 자료와 기준을 참고하여 처방식 사료의 독립적 분류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료를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며, 국내 펫푸드 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펫푸드 제도 개선을 통해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질병 상태에 맞는 사료를 쉽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수의학적 지원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들에게 올바른 정보와 지침을 제공하는 것은 수의사로서의 책임이며,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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