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 동물병원 체계화가 진행될 시 정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의료기관을 3개로 분류하고, 진료 절차를 체계화해 환자가 적정 의료서비스를 적절한 시기와 장소에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와 달리 수의계에서는 동물병원을 구분하는 기준이 없어 많은 보호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3년 11월 동물의료개선방안을 제기, 전문수의사 및 상급동물병원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1차 의료기관에 병, 의원, 보건소를, 2차 의료기관에 종합병원을, 3차 의료기관에 상급 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을 붙여 의료기관을 총 3차로 나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3차 의료기관은 500개 이상의 병상을 보유하고, 필수 진료과 9개 포함 20개 이상의 전문과목을 보유해야 하며, 전속 전문의가 1명 이상 근무해야 한다. 환자는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해당하는 의료기관에 내원해야 하며, 각 의료기관은 환자의 상태에 맞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환자는 1, 2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3차 의료기관에 방문할 수 있으나 의사 소견이 기재된 서류를 제출해야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대한수의사회가 개최한 ‘반려동물 표준 의료체계 권장(안)’ 공청회에서 발표한 서강문 교수팀의 용역 연구 결과는 의과의 사례를 참조해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동물병원을 2개로 분류해 운영할 것을 추천했는데, 1차 동물병원에서는 △간단하고 흔한 질병 △간단한 만성질환 △백신 접종·구충·중성화 수술 등 간단한 수술 및 처치 △예방·상담 등 포괄적 서비스를 표준업무로 구분했다. 해당 표준업무 범위를 넘어설 경우 1차 동물병원은 상급동물병원으로 전원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차 동물병원에서는 △고난이도 진단 및 치료기술이 필요한 중증 질환 △여러 진료과목 협진이 필요한 진료 △치사율이 높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을 표준업무 권장사항으로 제시했다. 2차 동물병원의 경우 1차 동물병원의 의뢰서가 필요하며, 주 치료와 경과 관찰을 마친 후 1차 동물병원으로 진료결과서를 송부하거나 회송해야 한다. 응급환자 등은 의뢰서 없이도 상위 동물병원에 방문 가능하도록 했다.
동물병원의 체계화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보호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1, 2차 진료를 모두 진행하는 대형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수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대형병원 원장들은 환자 수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소현(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이사장은 “대형병원에서 1차 진료를 그만하고 2차 진료만으로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면 2차 병원 지정을 거부하는 병원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지원이나 인센티브 등의 메리트를 제공해야 2차 병원이 유지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의료법 제3조의4에서는 상급 종합병원 지정 기준 중 하나로 ‘전문의가 되려는 자를 수련시키는 기관일 것’이라고 정하고 있어 동물병원 또한 상급 동물병원으로 분류될 경우 전공의 수련과 연구를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당 부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의료계 상황과 견주어 볼 때 충분한 지원금이 배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형 동물병원들은 대부분 1, 2차 동물병원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어 동물병원의 체계 분류가 진행된다면 환자 수 감소, 전공의 수련교육 문제 등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해당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 상급 동물병원의 메리트를 살릴 수 있는 지원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