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왕진(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공공심야동물병원의 설치 근거를 비롯해 신청 및 지정 절차와 심야·공휴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공공심야동물병원의 지정 및 운영 지원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하면서 지역별 상황을 감안해 공공심야동물병원을 둘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전국적인 동물응급의료체계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공공심야동물병원은 어느 위치에 있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사람과 응급의료체계 간극 커
사람의 경우 응급의료체계가 법제적으로 탄탄하게 마련돼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지원할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어 응급환자는 119 구급대의 지원을 받아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동물은 응급의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개인 운영 형태로 유지되고 있어 심야나 공휴일에는 응급진료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의미래연구소가 전국 대학동물병원의 응급실 운영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9개(건국대 제외) 국립 대학동물병원 중 △강원대 △경북대 △서울대 △전북대 △충북대 등 5개 대학만 응급실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응급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세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동물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야간과 공휴일에 운영하는 동물병원 수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려동물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서왕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역시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왕진 의원은 “공공심야동물병원은 동물의료시스템의 발전을 위한 첫걸음으로 야간이나 주말에 발생하는 동물의료 위급상황에 대비한 법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공공심야동물병원이 시행된다면 야간 및 공휴일에도 일정 수준의 응급진료가 가능해져 반려동물 보호자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정부 재정 한계로 의료격차 우려
문제는 재정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공공심야동물병원의 지정 및 운영을 각 지역별 시·도지사에게 맡겼는데, 만약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실제 운영이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동물응급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지역별 의료 격차가 커질 우려가 있다.
재정적 지원 및 제도 필요해
따라서 사람의 응급의료체계가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는 것처럼 동물응급의료체계 역시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즉, 공공심야동물병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에만 책임을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일정 부분 운영비를 부담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모든 지역에 공공심야동물병원을 설치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권역별 거점 병원을 운영하고, 주변 지역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응급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법제적 보완 함께 이뤄져야
공공심야동물병원은 동물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람의 응급의료체계처럼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공공심야동물병원이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운영 방안과 법제적 보완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반려동물 응급의료체계가 사람 응급의료체계만큼 촘촘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의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