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례사(主禮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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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례사(主禮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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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50호] 승인 2015.05.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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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신랑신부에 대해 잘 아는 主禮(주례)가 짧게는 3분, 길게는 10분 정도의 주례사를 하는데, 새롭게 출발하는 신랑신부에게 주례사는 어떠한 조언보다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동안 열한번의 주례를 하면서 그 짧지만 의미 있는 주례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항상 고민을 해왔다.

특히 지도학생이 결혼하는 경우에 다른 지도학생에게 했던 말을 똑 같이 해줄 수는 없다. 그러면 소위 자기표절이다. 또한 각자 살아갈 방법이 다른데 모두 똑같은 주례사로 대체한다면 그것은 신랑신부에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주례사의 내용 중 신랑신부에게 강조하였던 주례사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결혼을 출항하는 어선에 비유하였다. 만선의 꿈을 이루기까지에는 기쁨만큼 슬픔도, 환희만큼 좌절도, 성취만큼 실패도 있을 것이다. 용기만 가지고는 항해를 할 수도 없으며, 지성만 가지고도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배는 좌초하거나 물고기를 하나도 잡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결혼생활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의논하면서 목표를 향해 뛰어 가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결혼생활은 둘이 모두 선장이 되어 상대방의 노고와 사랑, 서러움을 모두 공유하여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둘째는 결혼 생활에서 언어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논어에 子曰 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안평중은 사람과 잘 사귄다. 오래될수록 사람을 공경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부부지간에도 相對如賓(서로 대하기를 손님과 같이 한다)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랑신부에게 가장 강조하였던 것은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그와 같이 어려운 역경은 두 사람의 부족한 면이 향후 더욱 잘 되라는 암시일 뿐, 그 자체는 불행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맹자 孟子 告子下편에 있다. 孟子 曰舜은 發於?畝之中하시고 傅說은 擧於版築之間하고 膠?은 擧於魚鹽之中하고 管夷吾는 擧於士하고 孫叔敖는 擧於海하고 百里奚는 擧於市하니라. 

맹자가 말하기를 순 임금은 논밭에서 일하다가 임금이 되었고, 부열은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등용되었으며, 교격은 건어물집에서 등용되었고, 관중은 옥살이하다 등용되었고, 손숙오는 바닷가에서 등용되었으며, 백리해는 시장에서 등용되었다.

故로 天將降大任於是人也신댄 必先苦其心志하며 勞其筋骨하며 餓其體膚하며 空乏其身하야 行拂亂其所爲하나니 所以動心忍性하야 曾益其所不能이니라. 그러므로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어떤 사람에게 내릴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며, 그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고, 그 피부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빈궁하게 하여 그가 행함에 있어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분란 시키니 이것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성품을 참을성 있게 하여 그의 능하지 못함 바를 더욱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결혼생활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역경을 미래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하며, 살도록 신랑신부에게 격려해주는 것이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게 해주는 암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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