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미래연구소(이하 수미연)가 핑퐁 행정에 방치된 국립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의 현실을 지적했다.
수미연에 따르면, △서울대 △강원대 △충북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전북대 △전남대 △제주대 등 전국 9개 국립 대학교에는 부속 동물병원이 설치돼 있다. 이들 대학 동물병원은 수의대의 교육 및 연구를 지원하는 핵심 기반인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중증 동물환자 진료, 야생동물 구조 및 치료, 공공진료를 수행하는 거점 의료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동물병원은 여전히 명확한 관할 부처 없이 행정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수미연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학 동물병원의 제도적 개선과 실태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해당 민원은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오가며 3차례 이송되고, 총 5번 담당자가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교육부는 “수의사법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라는 입장을, 농식품부는 “대학은 교육부 소속”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실질적 검토나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수미연은 “대학 동물병원이 수의대 부속 기관으로 존재하다 보니 행정상 교육부 소관으로 묶여 있으나 실제 업무는 수의사 정책을 담당하는 농식품부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이 행정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수미연의 별도 질의에 대해 “국립수의학연구원 및 국립중앙동물의료원 설립, 동물청 승격 등은 논의된 바 없다”고 회신했다.
이에 수미연은 “국립중앙동물의료원 설립이 논의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미 존재하는 국립대학교 동물병원들을 국립동물의료원에 준하는 역할로 정의하고, 제도적으로 지원 및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실제 대학 동물병원은 저소득층 반려동물 진료, 야생동물 치료 등 민간 동물병원이 수행하기 어려운 공공영역을 감당하고 있다.
대학 동물병원은 수의대의 교육과 연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과 전공 수의사 수련이라는 중요한 기능까지 담당하는 복합기관이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에 명확한 주무부처와 정책 로드맵이 부재한 것은 구조적인 제도의 결함인 셈이다.
수미연은 “현 체계로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장기적으로 대학 동물병원을 수의대의 부속기관이 아닌 독립 법인화된 의료기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여주기식 공공 동물의료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적 기반을 갖춘 실질적 인프라다. 대학 동물병원의 내실화를 통해 동물의료의 공공성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