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임상동문회(회장 유경근)가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와 관련해 지난 4월 18일 입장을 발표하고,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대응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동문회 측은 “현재 동물병원 시장은 과포화 상태이며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대형 동물병원의 설립은 당연히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측의 임상 수의계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특히 예비 수의사 교육에 전념해야 할 대학 교수가 이와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본질에서 벗어난 논의와 과도한 감정적 대응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수의계는 지난 2013년 수의사법 제17조 제2항의 개정을 통해 동물병원 개설 자격을 제한했다. 개정 이전에는 법인에 대한 규정이 미비해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자본만 있으면 영리 목적의 법인을 통해 동물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이른바 ‘사무장 동물병원’이 만들어질 여지가 충분했다. 수의계는 이를 방지하고자 비영리법인인 ‘동물진료법인’만이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는 ‘스누펫’이라는 회사가 MSO 형태로 병원 장비 및 장소 임대 등을 동물병원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자본조달형 MSO’의 경우 의료법 제33조 제2항 및 제87조 제1항 제2호에 의거해 ‘사무장 병원’으로 간주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사무장 병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MSO 방식을 통해 비의료인이 법인 병원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존재한다.
동문회 측은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에서 MSO가 단순한 경영 지원을 넘어 자본 투자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라면 수의사법 제17조 제2항 및 제39조에 따라 ‘사무장 동물병원’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법적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병원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러한 방식이 관용될 경우 향후 수의계에서도 영리 자본이 MSO 형태로 동물병원을 우회 개설 및 운영하는 사례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경계하고 반대해야 할 핵심 쟁점이라고 판단한다. SNU홀딩스와 스누펫, 그리고 해당 사업을 주도하는 교수는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수의계의 우려에 책임감 있게 응답해야 한다. 또한 수의계 역시 이런 방식의 영리자본이 동물병원에 우회 참여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문회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전국 법인 동물병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해 자본 투자 및 수익 배분 구조를 면밀히 점검하고,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비수의사가 우회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법인 병원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비의료인이 병원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잘못된 구조를 차단하고자 비영리 의료법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인의계의 방향성과도 맥을 같이한다. 우회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법인 병원이 존재하는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의계가 자정하고 한발 더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동문회는 또한 현재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 이하 대수회) 및 일부 수의계 대표들이 이 사안을 매우 우려스러운 방식으로 이끌고 있음에 걱정을 표했다. 이미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가 특정 대학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실질적으로도 관련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특정 대학을 겨냥한 공개적인 비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규탄 성명서에 “지역 사회와 갈등을 유발하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 적정성 문제 제기”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동문회 측은 “서울대 수의대는 이미 이 사업과 무관하며, 사업 참여 의사도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 그럼에도 이를 서울대 수의대와 연관 지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주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과거 타 대학 두 곳에서 제2동물병원을 설립했을 때 대수회나 각 지부가 이러한 방식의 반대를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면서 “물론 서울대 수의대도 본교 소속 교수가 연루된 만큼 이 사안의 본질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는 있지만, 해당 대학을 이 사안의 중심으로 몰아가며 압박하는 태도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동문회 측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점은 ‘AVMA 인증’ 자체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이다. 서울대 수의대의 AVMA 인증은 아시아 최초의 사례로 국내 수의학 교육 수준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쾌거다. 해당 인증은 후배 수의사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기반이며, 동문회는 “이는 서울대뿐 아니라 국내 모든 수의대가 함께 이뤄나가야 할 모범적인 사례다.
이러한 성과를 폄훼하거나 문제 삼으려는 주장은 수의계를 대표하는 대수회 및 관련 단체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며, 이는 마치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유경근 회장은 “지금 수의계 특히 소동물 임상 분야는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1인 동물병원은 위기 수준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수회를 비롯한 수의계 조직들은 어떻게 함께 상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특정 사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내부 갈등을 유도하는 것은 결코 수의계가 나아갈 방향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 동문회는 대수회와 해당 결의문에 동조한 대표들에게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해당 결의문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또한 해당 내용이 포함된 서명운동 역시 즉각 중단하고, 방향을 다시 잡은 후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을 통해 동문회가 요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는 수의계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동물법인의 비영리화에 역행하는 병원의 모델이 될 수 있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추진하는 측은 이런 수의계의 우려에 책임있게 응답할 것 △대수회는 전국 법인 동물병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자본 투자 및 수익 배분 구조를 점검할 것 △이 사안과 관련되지 않은 서울대 수의대에 대해 책임을 물으며 AVMA 인증까지 문제 삼겠다는 도를 심각하게 넘어선 부적절한 성명과 서명에 대해 대수회와 이 서명에 참여한 수의계 대표들의 사과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된 성명을 폐기하고, 관련 서명운동 중단 및 제대로 된 방향으로 대응 등 4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