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병원에서 인체용의약품 구매 시 약사나 약국을 거치지 않고 의약품 도매상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실증 특례가 추진된다.
국무조정실 산하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는 지난 3월 27일 규제샌드박스 제도 운영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던 약국 외 일반의약품 판매와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구매 관련 과제에 대한 조정 권고안을 마련했다.
조정안이 도출된 실증 특례는 의약품 도매상으로 허가받은 신청기업이 동물병원 전용 E-commerce 플랫폼을 활용해 동물병원이나 수의사에게 인체용의약품을 직접 판매하는 서비스로 지난 2021년 약사가 운영하는 한 도매업체에서 신청했으나 지난해 사전검토위원회에서 유예된 바 있다.
현재 반려동물 치료제는 동물용의약품과 인체용의약품으로 나뉘는데,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한정적인 탓에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는 “동물병원 수의사는 약사법에 따라 직접 약국을 방문해 인체용의약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판매하는 약국은 매우 드물어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구매에 상당한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실증 특례 부여 시 의약품 공급의 효율성을 확보하면서 소비자인 동물병원의 구매 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호주,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인체용의약품을 반려동물 치료에 사용하고 있으며, 동물병원 전용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온라인 도매업체들이 동물병원에 동물용의약품과 인체용의약품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약국을 통해서만 구매 가능한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을 통해 직접 구매할 경우 약물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견지해왔다. 특히 동물병원으로 공급된 이후의 사용 및 처방 내역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는 이번 실증이 약물 오남용의 우려를 가중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는 없으며, 인체용의약품의 동물병원 판매와 관련된 갈등 해소를 위한 테스트배드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실증 특례를 부여하되, 보건복지부가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을 검토 중인 것을 감안해 관계부처 및 신청 기업, 대한수의사회(이하 대수회)가 충분한 협의 및 논의를 거쳐 동물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체용의약품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한 후 실증을 개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통해 이번 실증이 인체용의약품의 부정 및 불법 유출과 목적 외 사용 등에 대한 관리제도를 마련하는 데 지표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허주형 대수회장은 “약사법의 개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증 특례를 위해 현재보다 강화된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현행 관리체계인 ‘인체용의약품 출납대장’을 활용하는 수준의 관리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권고 결정은 지난해 12월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가 규제샌드박스 이견 사항을 조정 권고하도록 기능을 강화한 이래 조정안을 첫 도출한 사례로서 향후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규제개선 절차를 보다 신속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국무조정실은 “규제샌드박스가 신기술 및 신서비스의 시장 진출을 촉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운영 중에 발생하는 이견 조정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