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이하 SNU센터)’ 설립 추진으로 수의계가 연일 시끄럽다. 요는 공익기관이자 교육기관인 서울대가 대규모 외부 자본이 투입된 동물병원을 이미 과포화된 개원가에 설립해 수의계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데 대한 반발이다.
그것도 서울대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공공기관의 위치와 권위를 이용해 로컬 병원의 수익 분야인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한다는 것은 개원의들 입장에서는 지는 게임에 내몰린다는 일종의 공포감이다.
‘SNU센터’는 서울대학교가 설립한 사업지주회사 SNU홀딩스의 자회사인 스누펫이 SNU홀딩스로부터 3억, 외부 투자금 50억을 지원받아 경영지원, 즉 MSO 형태로 ‘SNU센터’의 장비와 장소 임대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종의 영리법인 모델로서 개원가가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의사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영리법인 형태인 소위 ‘사무장 병원’들이 편법을 통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라는 간판을 앞세워 ‘SNU센터’가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사실상 이를 모델로 하는 제 2, 제 3의 센터가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때문에 ‘SNU센터’가 반려동물의 생애주기 건강 데이터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고가의 풀 패키지 건강검진만 하고 일반 진료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도 없을 뿐더러 공공성에 숨어 영리 추구와 개원가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만 키울 뿐이다.
무엇보다 ‘SNU센터’ 설립이 서울대 수의대 내부적으로 어떤 회의나 보고 등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교수 누구도 설립에 대한 과정이나 절차를 듣지 못한채 서울대 수의대와는 무관하게 대표를 맡은 교수 개인이 해당 사업을 주도했다는 데에서 공공성에 더욱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치과계에서도 서울대치과병원의 관악분원인 관악서울대학교치과병원 설립 당시 개원가와 홍역을 치룬 선례가 있다. 다행히 관악분원이 해당 구회나 개원가에 미친 영향이 크진 않았지만 관악분원이 계기가 되어 다른 치과대학병원들이 분원을 설립하는데 물꼬를 튼 셈이 됐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SNU센터’는 치과대학병원의 관악분원과는 애초부터 태생이 다른 외부 자본을 투자받은 영리성 짙은 검진센터라는 점에서 개원가에는 훨씬 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센터가 설립되는 광진구 분회는 물론이고 전국 지부들과 대한수의사회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운동에 4천여 명이 대거 참여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상당 부분이 진척된 ‘SNU센터’ 설립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부 자본을 투자받은 ‘SNU센터’의 운영 방식이 통용될 경우 앞으로 다른 대학동물병원들은 물론이고 외부 영리 자본이 MSO 형태로 동물병원을 우회 개설해 운영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대처 방법만으로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영리법인은 의료계에서도 끊임없이 반대하고 있을 정도로 수의계도 영리법인 도입은 수의료 생태계와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기존 수의계 생태계를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과 관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개원가 전체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는 물론이고 법적 규정과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을 위해 조속히 전국의 모든 임상수의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