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일 원장 칼럼] 동물병원에서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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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일 원장 칼럼] 동물병원에서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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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96호] 승인 2025.05.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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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분양, 터부시할 것인가 바로잡고 살릴 것인가

최근 SNU 홀딩스의 반려동물 건강검진 센터가 여전히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처음에는 ‘건강검진만 하겠다’고 밝혔지만, 등기부에 등록된 업태에는 반려동물 분양업 등을 포함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최근 업태에서 분양업을 삭제했다. 

SNU 홀딩스가 사업범위에 분양업을 포함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분양’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우리는 지금 분양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분양업에 대해선 혐오와 경계심을 드러낸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사회, 분양환경이 만든 상처가 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양이라는 산업 자체를 금기시하고 외면하는 것이 해답일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양업의 부정’이 아니라 ‘분양 시스템의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2023년 기준 약 700만 가구를 돌파했으며, 관련 시장 규모도 4조 원을 넘겼다. 하지만 이처럼 성장한 산업 이면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생명’이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사후관리와 교육 없이 보호자에게 전달되는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

무분별한 분양업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분양 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이다. 생명을 ‘판매’하는 순간부터 그에 따르는 윤리적 의무, 건강관리, 사회화 교육까지 포함된 ‘책임 분양’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분양업이 욕을 먹는 이유는 이 구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좁은 철창, 생후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 판매 후 방치, 병들면 환불 요구... 그 모든 것이 동물복지와는 거리가 먼 장면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양’이라는 출발점이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자리 잡아야만 우리나라의 동물병원 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지금 동물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줄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간 급성장했던 반려동물 산업은 주춤하고 있고, 진료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진료의 질은 계속 높아지기를 요구받고 있다. 이 간극은 결코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그 중심에 건강한 ‘새 생명’이 주기적으로 유입되어야 하는 시스템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야 소아과가 유지된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소아병원이 문을 닫듯 동물병원도 마찬가지다. 신규 반려동물이 건강한 유입 경로를 통해 보호자에게 전달되어야 예방접종부터 중성화수술, 각종 질환 치료에 이르기까지 병원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런데 지금은 분양 자체가 부정적 시선에 갇혀 있고, 야매 업자나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 그 틈을 파고들어 있다. 

분양업이 투명하고 정직한 구조로 개선되면 보호자들도 분양의 전 과정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수의사들이 참여한 분양 상담, 건강검진, 사회화 프로그램, 입양 후 지속적인 교육과 진료 연계까지 포함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판매’가 아닌 ‘가족을 만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분양업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잘못된 방식들이 남긴 상처가 크다. 하지만 그 상처 때문에 개선할 기회마저 막아서는 안 된다. 더 많은 동물이 정당하게 보호자와 연결되고, 더 많은 보호자가 동물병원과 연결될 수 있도록 수의사들이 앞장서야 한다.

분양은 죄가 아니다. 나쁜 시스템이 죄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반드시 고칠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프다고 버려지는 아이들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동물병원도, 보호자도, 반려동물도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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