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원장의 동물행동학⑦] 폭력 없이 리더십 세우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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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식 원장의 동물행동학⑦] 폭력 없이 리더십 세우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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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73호] 승인 2016.01.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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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하급자로부터 획득하는 것
 

이전 원고에서는 알파 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실 알파 롤이란 노벨상 수상자인 콘라드 로렌츠가 “우위적 동물의 존재 하에서는 보다 복종적인 개체가 [복종 구르기]를 한다”라고 분석했으며, 따라서 “사람들이 자신의 개에게 우위적 지위를 알려주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가정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다. 나중에 그는 자신의 가정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했다.

서열과 지배우위
사실상 [복종 구르기]의 목적은 단순히 복종적인 개체가 대립상황을 피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인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개에게 서열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우위성을 주장하여야만 할까? 과연 그것이 옳다고 해도 바람직한 것일까?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상 서열은 같은 품종에서만 정하는 것이다. 늑대끼리, 사자끼리, 사람끼리. 사자와 임팔라가 서열을 정하진 않는다.

만약 사자가 배가 고프면 잡아먹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지나쳐 보낼 것이다. 사람과 개는 같은 품종이 아니다.

우선 서열과 지배(우위), 지배-복종 관계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부터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서열이란 둘 이상의 무리를 짓는 사회적인 동물에서 그 집단의 원활한 관계형성을 위해 개체 사이에 정해지는 순서 즉, 지위를 말한다.

지배 또는 우위란 음식, 쉴만한 휴식 장소, 짝짓기 상대와 같은 풍족하지 않은 소중한 자원에 접근할 우선권을 누가 가질 것이냐를 결정하기 위해 완력(힘), 공격성, 사회적 연대, 복종에 의해 성립되는 개체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말한다.

사실상 지배-복종 관계는 한 개체가 항상 복종적일 때만 가능하다.
일단 지배-복종 관계가 성립되면, 의식적인 보여주기가 겉보기에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보이겠지만, 완전한 싸움보다는 경고하는 자세와 의식적인 공격과 복종 보여주기를 통해 강화된다.

가장 안정적인 지배-복종 관계는 지배적인 동물에 의한 어떠한 위협이 없음에도 복종적인 개체가 스스로 알아서 지배 개체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지배와 복종 관계
예를 들어, 더 높은 지위에 있는 개체가 선호하는 휴식장소로 곧장 다가가면 하급자는 다른 곳으로 가거나 또는 지배적인 개체가 하급자에게 걸어서 다가가면 하급자는 그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열이 낮은 개체라 할지라도 서열이 높은 개체가 부재중이거나 자신에게 접근할 수 없는 상황(벽 등에 가로막혀)이라고 판단된다면, 그들이 선호하는 자원(음식, 휴식장소, 짝짓기 등)에 자유롭게 접근해서 그것을 취한다.

따라서 서열이 낮은 개체가 서열이 높은 개체와 같이 있을 때 복종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나중에 서열이 높은 개체가 부재중일 때를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선호하는 자원에 접근하려는 일종의 대체행동임을 알 수 있다.

그 증거 중에 하나로 무리 안의 새끼들의 성향을 보면, 태어날 때부터 우위성이 있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복종적인 성향이 더 강한 개체도 함께 섞여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서열이 높은 개체만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다면, 그들의 새끼들 또한 모두 높은 우위성을 보여야하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은 개체가 상당 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복종적인 개체의 대체행동에 주목할 것이다.
이러한 대체행동은 서열이 낮은 개체가 그들이 선호하는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체행동을 우리가 우리의 강아지들에게 알려줘서 그것을 요구함으로써 그들을 통제할 수 있다.

대체 행동에 주목하라
이것을 다른 말로 “공짜 점심은 없다. 벌기 위해선 배우자”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즉, 지금부터 여러분은 강아지가 선호하는 모든 자원을 통제하고 보류하면서 그것을 오로지 적절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만 사용해야 할 것이다.

기업을 예로 들면, 회장님은 대부분의 직원들 보다 풍족하지 않은 자원, 즉, 돈이 많다. 이것을 가지고 직원들을 통제한다.

열심히 일하고 말 잘 듣는 직원에게는 많은 월급을 준다. 보너스도 정기적으로 잭팟 수준으로 준다. 그렇지 못한 직원들에겐 좌천이나 명예퇴직을 권한다.

그렇다면 이윤추구가 목적인 회사 입장에서 회장님의 적절한 행동은 무엇일까?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열심히 일한 만큼의 성과에 대해선 적절한 격려와 보상일 것이다.

즉, 일관성과 예측 가능함을 늘 직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잘 따를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직원들은 회사를 떠날 것이다. 이것이 대기업 회장님들이 수많은 직원들을 통제하는 방법인 바로 리더십인 것이다.

회장과 직원과의 관계
그렇다면 직원들의 적절한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회장님처럼 남들보다 먼저 애써 고민해서 비전을 제시할 필요도 없고, 환율이 유가가 어떻게 될지 항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그룹 전체를 늘 이끌어가야만 하는 압박감 높은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된다. 사실상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회사를 위해서나 회장님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다.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은 직원 본인들의 주머니일 테니까.

앞서 ‘우리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태어난 동물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세상 이치는 똑같다. 여하튼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회사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고, 회장님은 돈을 더 벌 것이며,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것을 여러분이 회장님이 되고, 개는 직원이 되는 것으로 개와의 생활로 바꿔보자.
여러분이 모든 자원을 통제하고 적절한 행동에만 보상한다면, 즉 여러분이 최고(리더)가 된다면 개는 그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대체행동(적절한 행동, 여기서는 ‘자동 앉아’)만을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만 소중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는 자기가 무언가를 항시 결정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회사의 직원처럼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자동 앉아)만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개 또한 편안한 생활이 보장된다.

모든 것은 최고인 여러분이 결정하는 것으로 믿게 되고, 개는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자연스럽게 개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리더십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하급자로부터 획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다음 호에는 폭력 없이 리더십을 세우는 간단하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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